[이슈&경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드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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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중국의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고, 그 직후에 열리는 당 중앙 1차 전체회의, 즉 1중 전회에선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 상무위원 등 중국의 핵심 지도체제가 확정된다. 따라서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1년 앞둔 지금,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단 얘기들이 중국내외 도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시진핑 총서기가 지금까지 68세 이상이면 정치국 상무위원을 못 하게 하는 내규를 바꿔서 측근인 왕치산 상무위원 겸 규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재선시키려 한다든지, 왕치산이 재선되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포석이 시작될 거라는 풍문이 있고, 한편에선 그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세력들이 결집해서 대항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진위는 명확치 않다. 다만, 사실로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후진타오 전 총서기와 리커창 총리의 출신모체라 할 수 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대한 당의 지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단 점이다.

 

예컨대 금년 2월에는 규율검사위원회가 사찰단을 파견했는데, 그 결과 현재 공청단에는 당의 지도력이 약화됐고, ‘지나친 기관화, 관료화, 귀족화, 오락화현상’ 등의 문제점이 만연하다는 강력한 비판이 있었다.

또 8월2일에는 중국 최고권력기구인 당 중앙위원회의 비서실이라 할 수 있는 중앙 반공실에서 ‘공청단 개혁방안’을 발표, 공청단에 대한 당의 영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의 공청단 출신 간부를 줄이고 중앙에서 직접 각 직급 및 업무에 인재를 파견하겠다고 하고 있다.

 

현재 중국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분들 중 상당수는 중국의 3대 정치세력(태자당, 상해방, 공청단) 중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해방 측근들이 부패혐의로 거의 몰락한 데 이어 후진타오, 리커창으로 이어지는 공청단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올 거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일정기간 세력 간 다툼과 경쟁이 있긴 하겠지만, 한마디로 결국 시진핑 주석 중심의 권력집중현상이 강화될 거라고 한다.

 

문제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경제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단 점이다. 겉으론 경기진작과 구조개혁을 놓고 경제정책의 노선대립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치세력 간에 경쟁을 하고 있단 얘기다.

 

예컨대 금년 1분기의 고정자산투자와 금융통계가 발표됐을 때, 시장 일부에선 적절한 금융완화정책으로 경기가 바닥권을 다지고 회복세로 돌아설 거란 기대가 나왔었다. 하지만 5월9일자 인민일보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劉鶴)과의 ‘당면한 중국경제’란 인터뷰 기사에선 경기회복을 급히 서두르면 레버리지를 높여 오히려 중국경제의 위험만 높인다는 강한 비판이 실렸다. 

말하자면 연초부터 리커창 총리가 진두지휘한 금융완화 등 경기진작책보다 시진핑 주석이 양회 때 강조한 공급개혁 즉 구조개혁을 강조한 셈이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1~3월 중 전년 동기대비 10.7%까지 증가했던 고정자산투자는 1~7월 중 8.1%로 하락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성장률과 구조개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있어선 중앙에서의 정책혼선이 주는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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