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이 많은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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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내 일이 아니어도 나서서 도와주는 그런 민족, 엄마 없는 심청이가 젖동냥으로 키워지고 의좋은 형제들은 서로에게 볏짐을 더 주려는, 그런 정이 많은 나라.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의 어려운 아동들을 돕는 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 유수의 모금기관들도 우리나라를 상당히 매력적인 모금시장으로 생각하고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을 돕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은 2010년부터 매년 150여 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를 조사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국가별로 1천명 또는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우에는 2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첫째, 당신이 모르는 낯선 사람, 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까?(Helped a stranger, or someone you didn’t know who needed help?) 둘째, 자선단체에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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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였습니까?(Donated money to a charity?) 셋째, 단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였습니까?(Volunteered your time to an organisation?) 이 세 가지 질문의 결과에 대해 각각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그리고 평균값으로 종합 순위를 결정한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총 155개국 중 81위, 2011년에는 153개국 중 57위, 2012년 146개국 중 45위, 그리고 2014년에는 60위, 그리고 2015년에는 64위에 자리했다.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난 5년 동안 조사에 참여했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이 세 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35% 내외였다.

 

CAF가 5년간 10위권 내의 국가들을 종합해 본 결과, 미얀마가 1위, 그리고 미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9위, 10위에 각각 스리랑카와 카타르라고 한다.

 

이 결과만 보자면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우리 민족이 정이 많다는 이야기가 무색해진다. 급변하는 세상을 쫓아 바쁘게 살다보니 남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던 것인가. 정이 넘치는 우리 민족의 가치가 그저 선인들의 이야기만이 아니었기를 바라본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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