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들이 9월 1일에 즈음하여 개강을 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이미 신청한 강좌들에 대하여 간보기를 한다. 교수인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혹은 담담한 마음으로 수강생들을 만나러 강의실로 들어간다. 몇몇 학생만이 집중하고 그 외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방학 중 이야기에 대부분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단 몇 초의 순간으로 한 학기 강좌의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문득 떠오르는 두 곡의 노래가 있다. 뮤지컬 노래 ‘지금 이 순간(1997·지킬과 하이드)’과 가요 ‘있을 때 잘해(2007·오승근)’이다. 이 두 곡은 연인 간이나 부부 간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있을 때’의 ‘있다’의 의미는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이며, ‘때’의 뜻은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말한다. 곧 이 곳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라는 말일 것이다.
몇 년 전, 동료 교수가 학교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런데 총장님도 아닌 내게 ‘축사’를 부탁하였다. 난 당황하며 거절했지만, 그 교수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부탁을 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면, 자기가 책을 내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지켜봤고,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내가 축하를 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념회 이후 나의 축사가 그 자리 그 순간에 잘 어울리는, 가슴울림이 있어 좋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연인, 부부, 부모와 자식 간과 동료 간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기관장, 단체장과 도민 간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9월에는 ‘추석’도 있지만 이번 달은 축제의 달이며, 독서의 달(문화체육관광부)이기도 하다. 도서관, 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6천983여 건의 다채로운 독서문화행사가 열린다. 경기도도 1천153개의 행사가 치러지며, 302개 단체에서 20만7천62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축제와 행사를 통하여 지난 1년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함께 참여했던 일원들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 다음을 준비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서로를 칭찬하고 받는 시간이자 기량을 뽐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주고 행사프로그램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 대부분 유관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행사 시작 전 바쁜 와중에도 어느 누가 참석해 이 자리를 빛내주었다는 의례적인 소개와 박수가 끝나면 행사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비어있기 마련이다.
언제 누가 무슨 일로 모여 어떤 의미로 그 행사를 치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도민의 마음에 와 닿는 제대로 된 축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관장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면 축사보다 직접 행사프로그램 한 부분이라도 참여하는 시간을 내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첫 시간 교단 위에서 몇 초간 잠시 흔들린다. 그래도 개강 첫 주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 서로에게 집중을 하고 서로 소통을 해서 멋진 한 학기를 만들어 보자고.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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