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오케스트라 명연주를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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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는 현악기를 중심으로 해서 여기에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와 피아노, 오르간, 첼레스타 같은 건반악기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구 기악 합주를 의미한다.

 

이런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생활에 찌든 보통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명연주는 많은 연주자들이 마치 한사람 같이 주어진 악보를 읽고 일체의 불협화음 없이 자신의 몫을 다한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삐끗하면 그 오케스트라는 제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음주운전과 관련한 입법과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 그리고 법원도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대 명제 아래에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입법 따로 집행 따로 판결 따로 가서는 음주운전을 근절시키기는커녕 감소시키기도 여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우려가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5년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120만 명 중 절반에 이르는 50만명이 재범이고, 이 중 18.5%는 3회 이상 적발되었다고 한다. 단란한 한 가정을 파탄내는 것은 단 몇 초의 시간이면 충분하였다. 인천 청라지구의 일가족 사망사고를 돌이켜보면 누구라도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경찰과 검찰에서는 5년 5회 적발되면 상습음주운전으로 차량을 몰수하겠다고 한다. 국회에는 음주운전 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3%으로 강화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음주운전 사고로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에 대한 혈중알콜농도 측정(호흡 및 혈액채취)이 음주 후 90분 내에 이루진 것으로 혈중알콜농도 상승기라 단속시점과 동일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주장하던 청주 크림빵 뺑소니 운전자도 음주운전만큼은 무죄라고 판결하였다.

1986년에 도입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단속시점에 음주기준치를 넘었다면 그게 음주운전이지 어떤 게 음주운전이란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국가적 대 명제 앞에서 입법, 행정, 사법기관은 하나의 오케스트라로서 호흡을 맞춰 나가야만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일체의 불협화음도 있어서는 안된다. 삼위일체로 완벽한 조화와 협조가 있을 때에 비로소 음주운전사고 제로라는 아름다운 연주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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