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눔의 위대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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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10일 새벽 여섯 시,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펜싱 에페경기. 점수는 9대 13, 어느 선수든 15점을 먼저 따면 올림픽 금메달이다. 일 년 전 무릎 십자인대 수술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어나 올림픽 결승 무대에 선 박상영 선수의 당당한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지만, 4점이나 뒤져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왕이면 금메달이면 더 좋을 텐데. 마지막 3분 3라운드를 남겨 놓고 4점 차로 뒤져 있어 패색이 짙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던 순간, 3라운드 시작 전 의자에 앉은 박상영 선수의 입모양이 눈에 띠였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연신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거는 듯했다.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머릿속이 오버랩되었다.

 

16년 전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에 선 미국의 로라 윌킨슨. 올림픽 출전 3개월 전 부상으로 7주간 병원에서 생활해야 했던 그녀가 올림픽 결승에 섰다. 중국의 강세로 예선 5위로 결승에 진출한 그녀가 우승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다이빙대에 서서 도약 직전에 중얼거렸다. ‘내게 능력을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는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박상영 선수의 입을 보면서 순간 로라 윌킨슨이 떠오르며 실낱같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결국 소름끼치는 결과를 낳았다. 15대 14, 대역전의 드라마를 만들며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누구의 금메달보다도 기뻤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모든 후원자들의 금메달이었다. 아니, 나눔을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의 금메달이었다.

 

박상영 선수는 지난 2013년부터 어린이재단이 지원하는 인재양성지원사업 ‘아이리더’로 선발돼 작년까지 3년간 꾸준히 지원을 받았고, 재단의 지원금으로 펜싱 장비를 구입하거나 체력 강화를 위한 영양 보충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값진 금메달은 무엇보다도 본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고, 부모님의 사랑과 지인들의 격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재능과 꿈을 키우는 아동들을 돕는 후원자들의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가족들이 함께하는 제5회 초록우산 나눔음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상영 선수는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에게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며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상영 선수는 나눔의 결실이 이토록 위대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증명해 주었다.

 

홍창표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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