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 표어를 내걸고 아이를 둘 혹은 하나만 낳자고 정책적으로 제한했던 시기가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6.0명에 달했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빈곤의 대물림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수치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인구유지를 위한 대체 출산율 2.1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저출산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최하위의 출산율인 1.24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저출산 현상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유독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결국에는 국가적 위기로 인지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세태를 꼽을 수 있겠다. 최근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마저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소위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과 높은 주택 가격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삼포세대라고 인식하는 20~30대의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취업 대열에 들어가기도 어려운데, 취업을 한다 해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또 출산과 양육을 병행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결혼을 하기도 힘들고, 해서도 문제라고 인식하는 20~30대들이 증가하면서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출산율의 저하를 이미 경험했고 극복해 나간 다른 국가들의 경험과 대처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돕는 공보육의 확산, 부모의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강조하는 육아휴직 제도의 활성화, 전반적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게 작동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족정책 지출은 국내총생산(GDP)대비 1%에도 못 미치며, OECD평균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는 전적으로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일을 하면서 출산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 요건으로 우리사회 전반에서 이를 위한 인식개선과 지원이 폭넓게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즉 출산과 육아가 단지 여성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당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 이루어져야만, 삼포세대로 지칭하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은영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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