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해마다 반복되는 구태 국감, 대안은 무엇인가

오늘부터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아니 예정되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이 이미 예고되었기 때문에 오늘 국정감사가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의 절차상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을 하기로 했다.

 

이번 20대 국감에서 논의될 위원회별 쟁점사항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해운구조조정, 법인세 인상, 북한 핵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인양, 청년수당, 4대강 사업 등으로 여야 입장차이가 첨예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감 구태(舊態)는 어김없이 반복될 것이다.

 

무분별한 민간인 증인 채택과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출석요구는 반복되는 구태 중 하나다. 국정감사는 국정을 감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민간인, 민간인 중에서도 기업의 총수나 CEO를 불러 하루 종일 대기시키는가 하면 죄인 다루듯이 호통치고 다그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설사 증인 신문에 대한 발언 기회를 가져도 단답형이거나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이 가능한 것들이 다수다.

 

다음으로는 의원들의 막말, 인신공격, 기이한 퍼포먼스 등도 빠지지 않는 구태다. 동료 의원, 증인, 피감기관의 기관장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막말은 쏟아지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스스럼없이 의혹으로 제기한다. 책임은 면책특권에 의해 면제된다. 또한 연중 365일 중 언론과 방송매체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국정감사 제도를 선출직 의원들이 그냥 놓칠 리 없다. 동물, 성형기구, 모의 총기 등 온갖 소재로 기인한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의정활동을 홍보한다. 이외에도 무리한 자료요구 등 국감구태의 레퍼토리는 우리 국민들의 기억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정치 불신만 높일 것이다.

 

이러한 구태 국감을 우리는 언제까지 반복해서 지켜봐야 하는가? 구태 국감의 원인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으로는 연중 20일간 실시되는 현행 국감제도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는 제9차 헌법개정에 의해 1988년에 부활되었는데, 2012년 개정을 거치면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거대 행정부와 수많은 산하기관에 대해 국회의원 300명이 그것도 약 20일 만에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한다는 거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당초 정책감사는 기대하기 힘들며 자연스레 졸속감사, 몰아치기 감사로 변질된 것이다.

 

따라서 현행의 이벤트 국감을 폐지하고 상임위원회별 연중 상시 국감으로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더구나 현재 국정감사와 형식과 내용상 거의 구별이 없이 운영되는 국정조사제도도 있다. 헌법 제61조에 근거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3조에서 감사와 조사를 구별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정감사의 상당부분이 대정부질문과 예결위 정책질의 등과 중복되기 때문에 정기국회 기간 동안의 이벤트식 국감을 폐지하면 정기국회 기간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국회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개헌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이해타산에 의한 정치인들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정치 발전을 위한 국감 개헌이야말로 현재 필요한 개헌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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