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차세대 교통안전문화 대책 서둘러야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응답하라 1988>은 서울 쌍문동 한 골목길을 배경으로 1988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다섯 가족의 시끌벅적한 삶을 코믹하게 엮어낸 가족극이다. 그 당시를 살았던 40대 이상 시청자는 향수를 느끼며, 20~30대는 현재와의 실감을, 10대는 엄마아빠 학창시절을 체감하는 즐거움에 드라마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드라마 말미에는 산업혁명에 이은 제2의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알리는 디지털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대배경을 담아 신·구문화가 혼재된 도시화의 급성장과 사회문화적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디지털 문화의 급속한 변화는 1895년 고종황제가 최초 탑승했던 벤츠차량 이후 불과 120년만에 자동차문화도 급격하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관심은 온통 자동차와 정보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차다. 이미 구글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시험주행도 수차례 마친 상태고, 2020년이면 상용화 될 것이라고 하니 눈앞에 닥친 현실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량 등장이 딱히 달갑지만은 않다. 2010년 무인주행 성공이후 현재까지 구글 자율주행차는 16번 교통사고가 났는데, 구글 측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고는 자율주행차량이 아닌 상대 차량 운전자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법규를 엄격하게 지키는 데 비해 기존 운전자는 상황에 맞춰 운전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율주행차량이 너무 완벽하게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오히려 사고를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디자인랩 디렉터는 “자율주행차의 진짜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너무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가 어느 정도는 사람들 교통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자동차문화로의 발전은 그렇지 않아도 힘겹게 싸우고 있는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라는 교통문화운동 위에 또 다른 하나의 크나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1985년 제작 방영된 미국드라마 전격Z작전의 완벽한 인공지능 차 키트가 이 세상 모든 차를 대체하기 전까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와 이에 상응하는 교통법규를 발 빠르게 마련해야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