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법조업 中어선 단속 긴박했던 순간
“위잉~위잉~”
인천 백령도 앞바다에 긴박함을 알리는 경광등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경고방송 실시합니다. 중국어선, 쌍끌이 어선 도주중. 200m, 150m, 고속단정 어선에 접근중입니다. 어선 왼쪽에 쇠창살, 쇠창살 보입니다.”
백령도 남동쪽 8.5㎞ 해상에서 서해북방한계선을 2.9㎞ 침범해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인천해양경비안전서 3005함 소속 고속단정 단속에 걸렸다.
해경이 중국어선에 정선(停船) 명령을 내리지만, 중국어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도주했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중국어선 8척은 서로 밧줄과 철판으로 연결한 연환계를 쓰면서 해경 단속을 피해 달아났다.
해경 고속단정이 속도를 높여 중국어선 뱃머리에 접근했다. 고속단정에 타고 있던 특공대원 8명이 중국어선과의 거리가 좁혀진 틈을 타 어선으로 올라탔다.
“등선 완료, 조타실 확보하겠음” 해경 고속단정에서는 본부에 보고하는 무전소리가 이어진다.
중국어선 조타실은 모두 철문으로 봉쇄돼 있다. 선원들은 모두 조타실 안에 숨었다. 무력저항은 없지만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해경의 단속을 방해하려고 좌우로 다른 중국어선들이 접근하며 충돌이라도 하려는 듯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공대원들은 재빨리 조타실 철문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최류탄을 던져 넣은 뒤 쇠파이프와 절단기를 이용해 조타실 철문을 뜯어냈다. 숨어있던 선원들은 쇠파이프를 마구 흔들면서 해경의 접근을 막고 마지막까지 저항을 계속했다. 방패도 없이 배에 올랐던 특공대원들은 맨몸으로 선원들과 맞서야 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없이 선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조타실 제어 완료”
해경은 중국어선 갑판에서 잡어 5㎏ 등 불법 어획물을 발견하고,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혐의로 중국어선 선장 A씨 등 선원 11명을 붙잡았다.
인천해경 3005함 조동수 고속단정장은 “중국어선은 쇠창살이 너무 많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어선이 단정에 충돌하려고 시도하는 일도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조 단정장은 또 “일반적으로 선원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흉기로 사용한다. 칼이나 쇠파이프, 삽 등 여러 가지 도구로 위협하기도 한다”면서 “중국어선 나포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 단정장은 “위협을 받는 등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확한 법과 매뉴얼에 따라 행돌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중부해경본부 측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비와 인력 보강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 이 기사는 인천해경의 중국어선 나포 채증 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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