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 치하를 벗어나 한 갑자(甲子) 동안 기적적인 성공을 이뤘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발전은 더디고, 예후가 좋지 않다.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데,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론적으로는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난 10년 동안 GDP가 2만 달러대의 트랩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하루빨리 2만 달러 트랩을 벗어나는 것이다. 해법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경제가 아니라 선도자(first mover)의 경제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며 그 방법이 ‘창조경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first mover 역할을 할 수 있는 신기술이 어디 말처럼 쉬운 것인가? 이는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장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 지속적인 연구 노력과 막대한 연구비의 투자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과학 분야에 20개의 노벨상이 나왔다. 단 한 개의 과학기술 노벨상도 받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언제쯤 미래 먹을거리용 신기술을 만들 수 있겠는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first mover가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는 타국의 신기술을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다시 동도서기론이 요구된다. 그러나 예전도 그러하였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에게 신기술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방법은 줄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져와서 우리의 것으로 다듬어야 한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신기술은 특허 등 지식재산으로 무장 되어 있지만, 그 특허를 우회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50년도 더 늦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발사체 기술을 주려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이전 덕분이다. 우리는 제조를 하는 데 타고난 손재주가 있다. 머지않아 우주발사체 기술을 우리가 팔 수 있을 때가 곧바로 올 것이다. 어쩌면 ‘엘런 머스크(Elon Musk)’가 우리에게 발사체 제조를 부탁할지도 모른다.
19세기 조상의 나라 조선에서 동도서기론은 실패하였다. 전통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서구 열강의 신기술의 근원이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과학 정신이 함께하였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을 그저 국가주의적 정치 체제 유지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매출만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학정책이 아니라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기초기술의 이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조상의 나라 조선과는 다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제야말로 first mover를 창출하는 진정한 동도서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정부의 창조경제가 21세기 새로운 개념의 신 동도서기론(新 東道西器論)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 뜻이 단장취의(斷章取義)가 아니길 바란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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