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고 번거롭긴 해도 우리 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전통문화를 살리고, 이를 브랜드화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산시 상록구 만수동천길 29(부곡동 237)에 자리잡고 우리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경성당’의 권보남(權寶南ㆍ82) 5대 종부(宗婦). 경성당은 지난 1850년께 지어진 오래된 우리 전통 가옥으로, 안채는 약 200여 년 전에 지어졌다.
19세기 안산 지역의 양반사회 주거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자료임에 틀림없다. 권 종부는“사실 요즘은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면 젊은 사람들에게는 옛날 가옥이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이 곳에서의 생활은 절제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대전에서 태어난 권 종부는 지난 1962년 이 곳으로 시집을 왔고 1993년부터 종부로서 경성당을 지키고 있다. 종부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들의 고되고 모진 삶은 종부에서 종부로 전해져 오는 ‘고행록’이라는 책을 봐도 알 수 있다.
‘고행록’은 당시 종부로서 최고의 영예인 정경부인에 올랐던 한산이씨께서 한글로 써내려간 책자로, 종부들의 가계와 혼인, 출산, 유배, 죽음 등에 관한 크고 작은 내용이 담겨 있다. 관료였던 남편을 유배지로 떠나보내고 그 곳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고된 삶,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고통 등을 담담하게 적어내려 간 고행록을 통해 종부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참아내야 하는 일들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권 종부는 “예전에는 4대 봉사(제사)를 지냈는데, 이제는 2대 봉사를 하고 있어 그렇게 힘든일이 많지는 않다”고 말한다. 또 “큰 며느리가 “경성당에 들어와 종부의 자리를 이을 생각을 하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특히 권 종부는 제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명절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것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어린 아이들이 제사에 참여하면 어른들을 알게 되고, 세대 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자란다는 것을 잊지말고 어른들이 전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옛 가옥이란 특성 때문에 불편한 점도 분명히 있지만, 우리의 전통을 지킨다는 사실 만으로 보람있다”고 말하는 권 종부의 얼굴에는 그녀가 애정으로 가꾼 경성당의 구석구석처럼 포근함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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