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대학의 본업-연구의 세계화

우리는 대학 역사가 짧고 연구 기반이 부족해 대학을 ‘가르치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하는 교수와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학생들의 교육은 이 연구활동의 한 선상에서 진행되며 미래의 연구인력을 키우는 곳으로 생각하는 게 선진국의 대학에 대한 개념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 학생 수도 많아지고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교육 부문이 커지기는 했지만 ‘연구’가 대학의 본업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들은 모두 ‘연구중심’ 대학으로 대학의 모든 역량을 ‘연구’에 퍼붓고 있다. 

유럽의 명문 역시 ‘연구’를 대학의 최상위 목표로 해 대학의 운명을 걸고 있다. 오늘날 많은 대학은 연구역량을 키우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연구 과제를 유치하고 이에 따른 연구시설 및 연구비를 마련해 운영할 수 있는 우수한 교수 영입, 대학원 교육의 강화 등을 목표로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으며 노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는 3천여 명이 일하는 거대한 핵물리를 중심으로 한 가속기 등을 가진 거대한 연구소를 50여 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Ivy League)대학들은 핵물리 및 기초과학연구에 많은 재원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도 노벨상 수상을 열망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후발주자국가에는 힘들고 벅찬 게 사실이다.

노벨상은 많은 연구 중에서 역사상 없는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세계에서 처음 하는 거대한 실험기기와 인원을 투입해 장기간 연구하며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비와 시설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정부의 관료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의 세계적 리더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주도해야 하며 많은 경우에는 외부 석학을 영입해 연구를 설계하고, 계획해야 세계적인 경쟁에 앞서는 연구과제가 될 수 있다.

 

이런 학계와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면서 값비싼 기기들만 수입해 설치하는 우리나라 과학 정책은 재원과 인적 자원의 낭비만 가져온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연구 시설도 중요하지만, 과학자와 학자가 먼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먼저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외국의 우수한 과학자를 영입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를 우리가 적절하게 조화하는 게 한국 과학계가 해야 할 일이다. 

대학원 학생은 모든 연구에 핵심(Cream)이다. 젊은 학생들이 경험과 경륜을 쌓은 교수와 새로운 연구에 도전할 때 우리는 그 결과로 연구 경험과 전문가를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젊은 과학자들은 20~30년 후에 노벨상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졸업생의 일부는 벤처회사를 만들어 세계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앞선 제품을 생산해내고 또 국제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학의 국가와 대기업의 지원이다. 선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10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5개의(120) 연구중심대학을 선별해 중점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의 선별적인 지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의 세계화’는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서 범국가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신흥국으로 모범을 보이는 싱가포르 대학이나 홍콩 대학이 어떤 정책을 힘입어 어떤 교육과 연구를 펼쳐나가는지도 잘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 등을 잘 살펴보고 우리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 신흥국들의 성장과 발전은 너무 눈부시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발전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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