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호들갑’ 피곤하다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발언이 방송에서 화제였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한 방송에서 “방위병 근무시절 장성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4성 장군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갔다”고 말한 일화가 국감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며 군 명예를 실추시켰다면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는데 영창 관련 사실 여부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어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다.

 

일각에서는 김 씨에 대해 책임 있는 방송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며 거짓이라면 시청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비난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혹은 개그맨일지라도 자신이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 그 진위 여부는 당사자 스스로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 더구나 웃자고 한 얘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개그맨이 한 가벼운 얘기가 국회 국감에 거론될 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영창 발언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에서 그토록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였는지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10월6일부터 4일 동안 JTBC를 제외한 종편 및 보도채널 5개사 시사 프로그램 총 67편 중 37편에서 ‘김제동 영창 논란’을 다뤘다고 한다. 이정도면 ‘종편이 김제동에 올인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최순실 게이트’ 등 굵직한 이슈가 넘쳐나는 시점에 언론의 공적 책무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종편 시사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는 고사하고 민원제기의 온상이 돼버렸다. 올 상반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청자 심의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종편 프로그램 10개 모두 시사·보도 장르로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TV조선 ‘시사탱크’와 채널A ‘쾌도난마’이며, 채널별로 보면 TV조선 5개, 채널A 4개, MBN 1개 순이고, JTBC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민원내용을 보면 진보에 대한 비판이 너무 많다며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다. 시사토크 프로그램 정치 패널의 선동하는 듯한 발언이 반복적으로 다뤄지면 시청자들은 이를 중요한 이슈로 착각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정치 혐오에 빠지게 될 개연성도 있다. 

균형감 없이 편파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얼마 전 연예인 박유천 성폭행 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정성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종편의 시사보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자본 문제와 정치권력의 이해가 깔려있다는 것 쯤은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그런 탓에 종편 시사보도의 진행자나 패널들이 보여주는 자극적 언사와 선동하는 듯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마치 대한민국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이들이 보여주는 말의 가벼움은 시청자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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