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는 항상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사실 현대사회는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게 쉽지가 않다. 저마다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그렇다.

요즘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지만 결코 말처럼 대립적 관계를 원만히 풀어내기가 힘들다. 감정이 상하게 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며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간에는 물론이고, 더 큰 집단 간에는 소통을 이루기 위한 전제가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미술관 개관 1주년을 맞이해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전이 열리고 있다. 21세기 뉴패러다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보고자 했다. 뉴패러다임은 ‘불확실성(미결정성)’을 가리킨다. 세계를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 본 고정된 의미의 세계가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타자와 주체의 관계가 끊임없이 서로를 변화시키면서 공존한다는 뜻이며,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자아의 존재방식에 매우 중요한 일이며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위기 문제들은 생태적 순환의 관계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자연에 의한 천재지변을 포함해, 사회적 원인으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이기심이 스스로를 회복 불가능한 파괴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기적 개인이 이타적 개인을 이기는 반면,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은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을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이기적인 개인들의 끝없는 욕심이 그런 집단을 형성하고 생태적 순환의 흐름을 단절할 때 발생한다.

 

전시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전시회가 비평적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평의 통로를 열수 있도록 화두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21세기는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로 자신들의 세계를 이끌어가는 규범을 상실한 첫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규범을 잃어버린 덕분에 우리는 ‘유동하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다. 불확실성이라는 미결정성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내일을 다르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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