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미워할 수 없는 생태적 일꾼 ‘모기’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가뭄까지 겹쳐서 특정한 곤충들이 창궐하고 이런 현상에 대해 전국적인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을 다룬 전문가가 아니기에 속 시원한 답은 주지 못했지만, 오늘만은 다르다. 목과 눈에 힘주어 오늘의 주인공을 칭찬하고 싶다. 그러고 나면 많은 국민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생태계의 균형의 가치는 꼭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겨울이 내일모레인데 여름이야기를 꺼내게 된 데는 이 생물이 너무나도 기특하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를 내며 은밀하게 피를 빨아대는 생물, 모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잠시 여러분이 거주하고 계신 곳을 중심으로 단순한 계산 놀이를 해 보자. 우선 내 주변에 모기는 대략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에 대한 답을 적어보자. 세상 누구도 자기 주변의 모기 숫자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상상하는 숫자만으로도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다만 생각보다 엄청난 수의 모기가 매년 여름 여러분 곁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산천을 기준으로 가정한 계산을 해 보자. 총 연장 14.67㎞, 유역면적 약 57.30㎢인 오산천에는 모기 몇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까. 지상에서 2미터 이내에 1㎥당 1마리가 서식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억1천400만 마리 이상의 모기가 서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모기 성충은 애벌레인 장구벌레에서 우화한 개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구벌레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몇 마리의 장구벌레가 며칠을 살다가 성체인 모기가 된 것일까. 유생시기를 거치는 곤충인 모기 애벌레의 생존율을 10%쯤으로 가정해 보면, 10배인 11억4천만마리 이상의 장구벌레가 살았다는 계산이 된다. 흥미롭게도 이들 장구벌레는 깨끗한 물보다는 더럽고 지저분한 물을 더 선호한다. 그 속에서 하루에 장구벌레 한 마리가 평균 0.1㎖의 물을 걸러서 유기물을 섭취한다고 가정해 보자. 11억 마리가 넘는 장구벌레는 하루 동안 1억1천400만㎖의 물을 먹고 정화해 주는 셈이 된다. 물론 그 양을 대폭 줄여 0.01㎖로 계산해도 1천140만㎖의 물을 정화한 셈이다.

이를 1천㎖짜리 물병으로 환산하면 1만1천400병. 1톤 트럭 11대에 실어야 할 양이다. 그런데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짧게는 약 4일에서 길게는 약 10일 정도 물속에서 서식한다. 그렇다면 약 10조㎡ 면적을 가진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체 모기 숫자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수질정화의 환경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 셈인가. 실로 천문학적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기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심각한 전염병을 매개하는 해충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수질정화 기회만으로 전체 모기를 미화하거나 그들의 죄를 면해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기가 만들어내는 생태적 지위에 따른 또 다른 가치를 미처 파악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만 내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인간에게서 모기는 결코 편한 존재가 못된다. 역으로 모기에게 인간 역시 친하고 정다운 생물은 더더욱 아니며, 이웃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살 떨리는 존재들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생태계는 생물과 생물, 생물과 환경 사이에 균형이라는 평화협정을 지킬 것을 전제로 유지 및 보존되고 있다. 수많은 모기학자가 등장했으나 오늘날에도 모기와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은 모기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지 못한 후유증은 아닐지 마음에 걸린다. 모기가 자연에서 해내는 일, 그것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 단 한 번의 노사분규나 임금투쟁, 환경교란 물질 배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없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왔을 뿐이다.

왜소한 장구벌레가 해치우는 일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엄청난 환경적 가치를 받았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다면 두 손에 올려 떳떳이 내밀어 보자. 지금 당장!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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