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class)’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자격,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강남 아줌마’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은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루를 넘길 사이도 없이 시시각각 제기되는 새로운 의혹들에 국민들의 공분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해도 국가의 토대가 되는 안보, 경제,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한편에서 꾸준히 챙기고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중대 사안들은 사실상 방치되어 국가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존립의 근간인 안보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가져오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알려지자 북한은 발 빠르게 이를 남남갈등에 이용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 등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의한 제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그 어느 때 보다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태 발생 전 국민 상당수가 동의했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한·일정보보호협정, 한·중국방전략대화 등 안보 관련 국제 외교도 올 스톱 된 상태다. 북한이 과거 미국 대선 전후로 도발을 일삼은 점에 비추어 보면 외교·안보라인을 정비하여 엄중한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 ‘최순실 게이트’는 경제를 수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3·4분기에 0.7%를 기록하였고, 지난해 4·4분기 0.7%, 올해 1·4분기 0.5%, 2·4분기 0.8%를 각각 기록하는 등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경제의 적신호로 지적되었던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가 스마트화, 서비스화, 플랫폼화, 친환경화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편승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한국은 뒤처질 위기에 놓여있다.
연일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도심에서 쇼핑을 즐길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니 내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함에도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에 묶여 속수무책이다.
셋째, 최순실 사태는 민생을 돌봐야 할 국회가 위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여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야당은 건건이 대안 없는 반대와 길거리 투쟁으로 수권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제출한 법안 1건을 통과시킨 것이 현재까지의 유일한 입법실적이다. 이러고도 국회의원 약 1/3은 의원외교를 명분으로 국외로 나갔다. 이들이 해외로 나간 사이 ‘서비스발전법’, ‘규제개혁특별법’ 등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될 법안들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잠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정위기에 수반되는 안보, 경제, 민생의 위기는 시스템으로 수습이 가능하다. 서양 속담에 ‘The show must go on’이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보, 경제, 민생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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