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라 하면 흔히들 시, 음악, 미술의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들만이 영유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러면 도대체 예술의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마루운동의 묘기를 보거나, 홈런 한 방으로 역전할 때, 코너에 몰려 소나기 펀치를 맞던 복서가 한 스텝 빠져나와 원 펀치로 상대를 KO시킬 때, 또는 거구에 밀리던 선수가 몸을 제켜 그를 모래판에 쓰러뜨릴 때, 관람자는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이 함성과 박수는 왜 나왔을까? 그것은 미(美)와 쾌(快)의 감정을 유발시켰고, 미와 쾌가 최고의 기술에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미+쾌=최고의 기술’이란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면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藝術)에 있어 예(藝)는 동양적 의미로는 토괴(土塊, )에 초목을 심는 인간능력(丸)의 작용(云)이란 합성어로, 장차 사대부(士大夫)가 되기 위해 젊을 때 일찍이 교양의 씨를 뿌린다는 뜻으로 인격도야의 의미를 갖는다. 

술(術)은 읍중도(邑中道), 즉 나라 안의 길이란 뜻으로 실천적 방도로서의 기술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인격도야를 위한 기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서양적 의미의 ars(라틴어), art(영어, 프랑스어), Kunst(독일어)는 특수하게 숙련된 기술을 말한다.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서양인은 “Help me!”라 하고, 한국인은 “사람 살려요!”하고 구원을 외친다. ‘나’를 도와 달라는 것과 ‘사람’을 살리라는 것의 차이에서 서양인은 ‘나’를, 한국인은 ‘사람’을 강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이야말로 존귀한 존재이다. 

왜냐하면 ‘사람’되기에는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고 그것의 극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辛) 세 쪽과 쑥(苦)를 먹고 100일 간의 어둠(暗)을 극복한 곰만이 사람인 웅녀(사람)로 탄생하였고, 호랑이보다 곰을 택한 것은 영웅보다 성자를 보다 훌륭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단군신화는 알려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지위가 높고 권리가 있으며, 부자라 하여도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간(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명한 정치가가 되려면 예술작품을 보고 시민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현실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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