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 예능보유자 천병희옹 ‘전통문화 보존·전수’ 아흔 넘어도 쉼없는 열정

▲ 안산-사람들(천병희옹)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전통 가락과 놀이, 그리고 풍물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안산지역의 고유 민속놀이 예능보유자인 천병희옹(91)은 지금은 사라져 가고 있는 집터를 닦을 때 내는 소리와 하관할 때 내는 소리, 그리고 꽹과리를 치며 내는 소리인 비나리 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로 늘 화제가 되고 있다.

 

안산 지역은 지리적으로 어업과 농업이 병행했던 고장이어서 예로부터 농요가 발달했다. 그러나 오랜전통을 가진 ‘둔배미놀이’와 ‘와리풍물놀이’ 등을 이어오던 어르신들은 모두 고인이 됐고, 이에 그 당시의 놀이를 시연하고 전수받은 예능보유자 천 옹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특히 지역 역사가들조차도 천 옹에 대해 농요를 그대로 10분 이상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로 소개하며 그를 ‘향토 국악인’이라 부른다.

 

‘타고난 예능인’으로 한 번 듣고 본 소리가락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는 천 옹은 지난 1985년부터 30여년을 안산 덕성초 등 12개 초등학교에서 명예교사와 풍물지도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미국 휴스턴에서 한인교포를 대상으로 강습을 하거나 국악무료강습회를 여는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우리의 것을 후손들에게 전수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산문화원과 단원구 와동주민센터에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문화 전수를 위해 분주히 활약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천 옹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고 회상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어린시절에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있는 쇠붙이를 모두 빼앗아가 무기로 만드는 바람에, 징이나 꽹과리 등을 이용한 흥겨운 우리의 가락을 소리로 표현하고 느낄 수 조차 없었다”며 “해방이 되고나서야 농악기를 구입해 마음껏 두드리고 소리를 내곤 했다”고 그 시절의 아픔을 떠올렸다.

 

이어 천옹은 “무엇인가를 그렇게 간절하게 배워보고 싶었던 때가 없었다”면서 “그 때의 간절함과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을 잊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의 것을 지켜내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수 받고, 이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릴 기원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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