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사랑의 열매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왔다. 사계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계절 변화가 요즘 변덕스럽기만 하다. 모처럼 짝의 손을 잡고 찾은 용문사의 가을 나들이가 이 조급성과 무질서에 몹시도 실망스럽다. 미처 아름다운 빛깔로 다 채우지 못하고 시들해져 버린 단풍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 오묘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교훈이 참 뜨겁다. 미처 준비할 여유도 없이 절기를 뛰어넘는 겨울이 찾아왔으니 올해는 몹시도 춥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나, 가족,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빨간 3개의 열매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뜻하는 초록색 줄기의 ‘사랑의 열매’가 우리들의 가슴에 달릴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해야 하는 걸까.

 

자신을 다 채운 후에야 눈을 돌려 남을 돌아볼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랑도 봉사도 아님은 당연하다. 물론 아직도 우리는 구석구석 힘들어 아우성이다. 그러나 1966년 1인당 국민소득 125달러에 불과하던 어려운 시기에 주변국들의 원조에 의지하며 몸부림칠 때 ‘사랑의 열매’는 탄생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이런 마음가짐에 입각하여 지난 2013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낮고($1천980) 전력시설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학교가 7천304개나 되는 온두라스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조금은 낯 뜨거운 일이지만 온두라스 설탕재단에서 항공비, 체제비 등 1천600여만원을 지원받고 도 예산 1천만원으로 온두라스 촐루테카의 12개 마을을 찾아가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주고 마을 리더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조직력을 키우는 경기도형 평생교육을 진행했다.

 

빔 프로젝터 지원 기념 현판식을 위해 한 마을을 찾은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이곳에서 여성들은 산에서 돌을 주워오고 남성들은 흙으로 된 바닥에 돌을 놓는 등 온 마을주민들이 모여 포장 작업을 하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마을 이장들은 교육을 먼저 시작한 다른 마을이 변화된 모습을 보고 우리 마을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흥원의 교육이 주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마을을 180도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스스로 놀라워 했다.

 

진흥원의 노력들이 온두라스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훨씬 더 크고 지속가능한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온두라스 농촌 지역 주민들을 더불어 함께 살게 만든 교육의 힘, 공동체 지수가 OECD 38개국 가운데 37위인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작 이러한 교육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