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초승달로 여위어가고 늑대 눈엔 밤마다 초승달이 뜨고 진다. 퇴화한 달빛들 땅속에 묻혀 있다가 푸른 싹으로, 나비로 태어난다. 어린떡잎 들썩임과 아기나비 날갯짓엔 우주를 들어 올리는 힘이 있다. 둥근 열매가 익는다, 혹은 영근다는 말이나 하늘, 하늘하늘 날아다닌다는 말은 모두가 거짓말이다, 땅으로 추락한다는 젖은 말이다.
발 달린 것들 허공 딛는 시간이 더 많고, 날개달린 것들도 알고 보면 땅 밟는 시간 더 많다. 초원은 바람을 낳아 기르고, 햇빛은 그늘을 낳아 기른다. 싱싱한 빗줄기는 샛강을 낳아 기르고 있다.
파도지느러미,애간장 다 녹이며 쉬지 않고 시를 짓지만, 壯元은 文魚의 가문에 뼈대와 같은 취급이다. 다만 머릿속 가득 저장된 먹물로
괴발 네발 문어발로 구불링구불링 쓴 획들은 모두 달필이다. 조팝꽃그늘을 밀어내며 하얗게 웃는 저녁은 또 어떤 계절의 물거품 되는 풍경인가. 연두빛 더듬이의 서툰 몸치로 둥둥 물살을 저어간다
? 에 줄줄이 걸려드는 !
물음표와 느낌표는 아무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 사이의 부호다. 날개 굳은 나비 한 마리가 개미떼를 까맣게 몰고 하얀 우주 밖으로 날아가고 있다.
이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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