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석 막는다며… 포천 창옥굴 훼손

일제강점기 아픔 간직한 현장 경관 심의도 안거치고 공사

▲ 현재의 창옥굴 모습
▲ 현재의 창옥굴 모습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한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 ‘창옥굴’이 낙석 보호란 명분으로 크게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5일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창수면 주원리 영평천에 위치한 창옥굴은 일제강점기 때인 1931년에 일본이 한국인 인력을 동원, 망치와 끌로 파서 만든 동굴로 알려져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한 교육 현장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시의 한 공사부서가 ‘이곳이 낙석이 우려된다’며 관련 부서와 협의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경관심의조차 받지 않은 채 지난해 1억2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5월17일 창옥굴 갱구부 설치공사(B=4.2m, H=4.5m, L=21m)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파형 강판을 설치,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곳은 공사 이전만 해도 영화촬영 장소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갱구부 설치 이후 영화촬영 요청은 뚝 끊긴 상태다. 이곳을 자전거 트레킹코스로 자주 찾는다는 A씨(서울 광진구)는 “창옥굴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곳으로 현장을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일제의 만행을 알릴 수 있는 산 교육장인데 이렇게 훼손될 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이희승 의원(새누리)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창옥굴을 한번도 다녀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자문한 것 같다”며 “공사 하나를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의견, 그 대상물의 가치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너무 생각없이 일을 추진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형직 의원(더민주)도 “영화촬영 명소인 창옥굴을 어떻게 경관심의도 거치지 않고 공사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오세익 시 건설과장은 “시멘트 덧칠과 파형 강판으로 설치된 창옥굴 갱구부 설치공사는 자연과 조화를 못 이룬 것 같다”고 시인 하면서도 “철거하기는 어렵고, 자연친화적으로 보완공사하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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