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회, 예산안 처리 해넘기나

의회·집행부 갈등, 본회의 파행
유영근 의장 ‘무기한 정회’ 선언

김포시의회가 집행부의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시장 업무추진비를 70% 삭감하는 등 논란(본보 13일자 5면)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파행돼 예산심의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영근 시의회의장은 14일 오전 본회의를 열자마자 “본회의에 앞서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집행부 공직자가 여성의원인 염선 위원장에게 술냄새를 풍기며 거친 언행으로 위협감을 줬다”며 “집행부의 재발방지와 시의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본회의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정회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이날 의결 예정이었던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조례안, 동의안 승인 등이 무더기로 무산됐으며 15일부터 열릴 종말 추가경정예산 심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또 정왕룡 의원이 이날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앞서 예산삭감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유감표명의 의사진행 발언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유영록 시장은 업무추진비와 역점 시책사업비 삭감으로 불편한 심기로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무기한 연기되자 불쾌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시 공무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염선 행정복지위원장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시의회와 집행부간 파국은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 의도의 예산삭감을 주장하는 집행부와 시장의 잦은 외유와 불통이 원인제공이었다는 의회가 맞서고 있는데다 공무원의 항의성 이의제기가 겹쳐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본회의 정회 직후 의장실에서 의원 전원회의를 갖고 시장의 해당 공무원 징계와 재발방지 등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지만 유 시장은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시의회 한 의원은 “서로 입장들이 단호해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으며 또 다른 의원은 “내년 예산이 걸려 있고 자칫 시민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조만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유영근 의장은 “여야를 떠나 모든 의원들이 이번 공직자의 행위는 의회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시장의 해당 직원 문책과 재발방지 약속 등 사과가 있기 전에는 본회의를 속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시 A팀장은 지난 13일 오전 팀원들과 함께 염선 위원장을 찾아가 “소명의 기회도 없이 모든 사업예산이 삭감돼 팀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며 예산삭감의 부당함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본회의 정회 직후 시의회를 찾아 사과했다.

 

김포=양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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