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가 우울하게 저물어 간다. 대통령과 그 일당의 일탈 행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한숨과 탄식이 그칠 줄 모른다. 대한민국 최고지도자와 시정잡배들의 엽기 행각에 국민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 등 지금의 위정자들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낙담으로 정유년 새해를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최근 여덟 차례에 걸친 거대한 국민 촛불집회를 보면서 희망을 끈을 다시 부여잡는다.
민주주의를 망가뜨린 위정자들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권력욕을 지독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 땅이 민주주의 국가이며 평화와 자유의 터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또 도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가 망친 자리를 촛불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해외언론들이 그렇게 극찬하고 있는 비폭력 촛불집회의 모습 속에서 특별한 우리의 저력을 다시금 배운다.
군중이 모인 시위 현장은 폭력끼리 부딪히기 십상이다. 세계 어느 곳이나 비슷한 양상이어서 우리나라가 연출하고 있는 수백만 촛불집회 현장은 전에 없던 기적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과거엔 우리의 시위도 꽤나 폭력적이었지만 최근엔 확 달라졌다. 왜일까. 대통령과 그 일당의 국정농단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기에, 또 이를 비호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탓에 국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 도리인 ‘도덕’과 ‘질서’ 그리고 ‘양심’을 담은 사상 초유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귀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 수준이 낮은 사회에선 피해를 입는 이들이 많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 이외에 다른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덕 수준이 낮은 사람의 언행을 두고 흔히 ‘유치하다’고도 한다. 아직 덜 자랐다, 철이 덜 들었다는 의미가 곁들여져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 대통령과 사사로운 그 일당의 도덕성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들의 유치한 행각으로 너무 많은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기업들도, 공무원들도 불필요하게 혼쭐이 났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상처를 크게 입었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배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도덕’이다. 학식이 아무리 출중하고 지식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도덕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있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정치권과 다르게 국민들이 보여준 자세를 보면 오히려 정말 선진국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촛불로 승화된 국민들의 도덕성과 양심과 용기를 보았다.
이제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이런 점을 배우고, 따르고 받들고 섬겨야 한다. 위정자들에게 도덕의 가치를 가르치는 수준 높은 국민들이 ‘유치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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