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패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만이 아니라 달걀 공급부족과 닭고기 기피현상으로 뻔히 예견된 수급 불균형 조절마저 실패함으로써 사육 불안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고병원성 AI 영향으로 가금류 수요가 줄어들어 닭값이 1kg당 1천400원 안팎에서 1천300원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국산 닭고기 등의 우수성과 안전성 홍보 강화와 할인행사를 통한 소비촉진, 냉동 비축과 부화 중지 등을 적극 추진해서 수급 안정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농식품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 닭고기 값은 급락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중간크기 생닭 시세는 1kg에 1천590원으로 지난해보다 300원가량 싸다.
특히 닭값은 이달 초 1kg당 1천390원까지 떨어져 전년대비 26%가량 떨어졌다. 이런 닭값 하락은 닭고기 수요감소에 대비해 육계 계열사들이 물량을 일시에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계열사들의 협의를 했다면 닭값 급락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살처분 예정인 가금류중 70%가량이 산란계이어서 달걀 공급감소로 인한 달걀값 폭등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7일을 기준 삼아 AI 발생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비율은 5.1%이지만 산란계 병아리 약 2천만 마리가 자라고 있어 공급량 급감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양계협회와 같은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서 산란계 사육기간을 단축하고, 생산주령 연장과 같은 조치를 통해서 달걀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1인당 구입할 수 있는 양을 30알 이하로 제한까지 해야 하는 극심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달걀값은 AI 파동 이전보다 20%가량 치솟았다. 롯데마트, 이마트, 농협하나로마트 등의 달걀값이 30알 기준 5천900원대에서 7천500원 선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자 농식품부는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뿐 아니라 알을 낳는 산란닭 수입을 유도하고, 항공운송비까지 지원해서 달걀 수입을 추진한다는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김 의원은 “중국에서 1년~2년전‘H5N6’가 창궐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AI가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릴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중앙과 지방의 따로 노는 엇박자 행정으로 인해 초기방역에 실패했다”며“AI발병 초기에 닭고기 값 급락과 달걀 값 폭등이 예고됐음에도 무사안일한 정책 추진으로 인해 수급조절마저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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