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하기 위해 방역 당국은 농가마다 수십가지에 달하는 방역 매뉴얼을 지키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50여 개에 달하는 농가에서 사용 중인 ‘소독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적합 소독제’로 드러났다. 이들은 효력 자체를 검증받지 못하거나 부적합하다고 판단, 판매중지까지 내려진 제품들이다.
AI 백신 등 다른 방안없이 소독제가 유일한 예방주사인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기본’조차 관리하지 못해 AI 사태를 확산시키는 안일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AI 사태로 피해를 입은 전국 농가에서 사용 중인 소독제를 분석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위 의원과의 일문일답.
- AI 발생 농가에서 사용된 소독제를 조사했는데
매년 AI와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소독제의 부적합성에 대해 논의되곤 했었다. 가금류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소독제가 효력이 없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많았다.
이에 지난달 AI가 처음 발생한 직후부터 지난 15일까지 AI 발생 농가에서 사용된 소독제를 살펴보니 전국 178개 농장 중 31개 농장에서 부적합한 소독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역에서는 이천과 포천, 안성 등에 위치한 52개 농장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AI가 사상 최악의 사태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 농가에서 사용된 부적합 소독제들은 어떠한 것들인가
우선 정부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2개사 172품목의 AI 및 구제역 소독제품에 대한 효력시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AI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겨울철의 낮은 기온에서 제대로 된 소독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등 27개의 AI 소독제가 부적합하다고 판단, 판매중지 및 회수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제품들이 AI 발생농가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재고부족 등의 이유로 효력 시험조차 하지 못한 미검증 제품들도 상당수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결국 방역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AI 방역의 기본은 소독제다. 그러나 판매중지나 회수 조치된 소독제가 사용되는 현실은 정부 방역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매년 AI나 구제역 문제가 불거지는데도 여전히 제대로 된 소독제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방역 당국에서 소독제에 대한 이해도 자체 역시 부족한 것 같다. 백신 등의 방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소독제가 유일한 예방책인 만큼 소독제 관리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방역 당국이 해야 할 일은
AI가 현 사태까지 치닫게 된 원인은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부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방역체계가 너무나도 부실했다. 지금이라도 모든 소독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문제가 있는 것은 회수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AI를 막을 수 없으며 단지 보여주기식, 형식주의적인 방역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소독제를 비롯해 방역 체계를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강해인ㆍ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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