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천연기념물 원앙 49마리 추가 안락사… 희귀조류 600마리도 ‘초비상’

원앙 100여마리 중 절반 사라져… AI 공포 확산

▲ 천연기념물 원앙도 예외없이 안락사 AI로 황새 2마리가 폐사한 서울대공원이 결국 황새마을 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원앙 49마리를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서울대공원은 원앙 101마리 전체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전수조사한 결과 H5 양성 4마리, M gene 양성 45마리, 음성 52마리로 나타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22일 전했다. 사진은 서울대공원의 원앙. 서울대공원 제공
천연기념물 원앙도 예외없이 안락사 AI로 황새 2마리가 폐사한 서울대공원이 결국 황새마을 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원앙 49마리를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서울대공원은 원앙 101마리 전체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전수조사한 결과 H5 양성 4마리, M gene 양성 45마리, 음성 52마리로 나타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22일 전했다. 사진은 서울대공원의 원앙. 서울대공원 제공
개장 32년 만에 처음으로 천연기념물을 살처분한 서울대공원(본보 20일자 1면)이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 반응을 보인 원앙 49마리를 추가로 안락사시켰다.

천연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는 동물원 내 원앙 100여마리 중 절반이 AI로 사라졌다. 무서운 확산 속도를 보이는 이번 AI 바이러스의 특성상 다른 조류들까지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원앙 101마리 전체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전수조사한 결과 H5 양성 4마리, M gene 양성 45마리, 음성 52마리로 나타났다. M gene 양성 반응은 AI 바이러스가 소량 발견됐다는 의미로 H5 양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양성 반응을 보인 원앙 가운데는 지난 21일 H5 항원이 검출된 1마리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공원은 양성반응을 보인 모든 원앙을 이날 안락사시켰다. 

이번에 양성 반응을 보인 원앙들은 겉으로는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다른 조류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대공원측은 설명했다. 안락사는 원앙들이 천연기념물인 만큼 전용약품인 ‘T61’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대공원 측은 음성반응을 보인 원앙에 대해 “앞으로 발병 우려가 있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청 협의를 거쳐 추가 안락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안락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문화재청이 전날 발표한 ‘천연기념물 AI 발생 시 처리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전염원 사례가 많은 오리류의 경우 음성 판명된 개체라도 감염 우려되는 상황이면 신속하게 처리토록 한 반면 오리류에 속하지 않으면 AI 양성 판명된 개체에 한해 현상변경(매장·소각)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처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잇따라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사육 중인 조류 전체로 퍼졌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천연기념물 등 귀한 자원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상태가 심각해질 경우 자칫 폐장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물원에는 천연기념물 15종 195마리와 멸종위기종 48종 407마리 등 602마리의 희귀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은목두루미, 큰장수앵무, 고핀 등 13종 60마리는 국내에서는 서울대공원만 보유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공원에서는 지난 16~17일 폐사한 황새 2마리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데 이어 같은 칸에서 사육되던 원앙 8마리 가운데 5마리에서도 H5 항원이 검출돼 모두 살처분됐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아직은 AI 바이러스가 황새마을 내에서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조류의 특성에 따라 분변 채취 또는 인후두 직접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밀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경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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