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매년 겨울마다 자식처럼 기른 닭과 오리를 땅속에 묻으며 AI 재앙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나 당국의 방역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특히 AI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원인으로 지목되고 철새에 대한 경기도 등 방역당국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게다가 일선 시ㆍ군 역시, 기본적인 방역 매뉴얼은 물론 환경부 지침조차 준수하지 못하면서 역대 최악의 AI 피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전체 가금류 사육 두수 5천400여마리 중 이날 현재까지 1천200만 마리 가금류를 살처분에 이르게 한 이번 AI H5N6형 바이러스는 지난 10월28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발견된 철새의 분변으로부터 최초로 검출됐다. 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탓에 정부는 중국에서 날아온 철새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H5N6형이 앞서 중국에서 10명의 사상자를 낼만큼 큰 피해를 냈음에도 도는 안성 청미천, 파주 공릉천, 여주 양화천, 김포 하성 등 도내 정부지정 철새 도래지의 방역체계를 가동하는 기본적 조치는 커녕 시민들의 진입조차 막지 않는 등 방치하며 안일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20일 양주에서 AI가 발생, 도내 가금류의 22%를 살처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욱이 도는 AI가 파죽지세로 확산함에도 ‘모든 하천과 철새도래지를 통제하는 것은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방역에 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본보 취재를 통해 확인(12일자 4면) 되듯 용인 백암과 안성 일죽, 이천 설성 등 AI 발생지와 인접한 청미천에서도 진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 외 적극적인 방역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1분1초를 다투는 신속성과 방역의 철저함을 보여줘야 할 지자체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안전처가 AI 발생 이후 해당 시ㆍ군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인 결과 도내 4개 시에서 기본적인 방역 매뉴얼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축산 차량 위치추적장치(GPS) 미부착 및 매몰 작업 지연, 방역 책임자 의무교육 미이수 등 해이한 방역체계로 AI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환경부의 지침마저 준수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야생동물 포획이 AI 바이러스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전국에 ‘야생동물 포획 금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안성시는 야생조류만 제외했을 뿐 나머지 동물에 대해서는 허용, 소극적인 방역으로 일관, 문제를 자초했다. 또 환경부는 철새 도래지에서의 항공방제의 경우, 철새를 넓은 지역으로 날아가게 하면서 AI 바이러스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자제를 당부했으나 이마져 지켜지지 않았다. 평택 등 도내 일부 시ㆍ군에서는 최근까지 항공방제를 계속하는 등 딴판으로 대응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AI가 워낙 빠른 속도로 퍼지는 탓에 일부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AI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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