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정유년의 동아시아 체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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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으나 나라 안팎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고 있다. 어느 외지에서는 “2017년은 혁명의 기운이 감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한 해가 예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강대국이 힘을 내세우는 이른바 ‘스트롱맨(strong man)’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스트롱맨들은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처럼 각자 자국 우선주의를 내 세우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과 전화 한 통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을 협상카드로 만들어 북핵문제 등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 핵능력 강화를 주장하여 핵 군비경쟁을 점화시킨 세계 영향력 1위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등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루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새로운 국가 즉 보통국가를 만들어 일본을 세계 한복판에서 빛나게 하겠다는 아베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등 스트롱맨들은 과거 조국의 영광을 살리는 각자의 꿈을 찾아 도전하고 있다.

 

2017년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이 감지된다. 나는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국제관계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고 지난해 말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여 ‘동아시아 체스판이 흔들린다’는 졸저를 출간한 바 있다.

 

서양장기인 체스판은 국제정치학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Grand Chessboard)’을 원용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4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운명이 100 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체스판 위에 놓여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험발사를 포함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하는 광인 ‘크레이지맨’ 김정은을 머리에 이고, 주변 4강의 스트롱맨들에 낀 한국은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그러나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우리는 리더십의 공백에다 국력마저 분산되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따로 없다.

 

트럼프는 푸틴과 오랜 친구사이인 렉스 틸러슨 엑손 모빌 최고경영자를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으로 내정하여 오바마 정권 시기의 중러 밀월관계를 이간 시키려 한다. 트럼프의 친러 반중 색채로 볼 때 금년 한해 공격적 대중외교가 예상되어 미중관계가 어느 때보다 험난하리라 예상된다.

 

미국을 겨냥하여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2기 체제를 결정하는 19차 공산당 대회가 금년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다. 1인 지배를 강화하려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촉발된 스트롱맨들의 합종연횡으로 동아시아의 체스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자신의 나침반(compass)을 만들어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유주열 前 베이징 총영사·㈔한중투자교역협회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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