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서 고양이까지 AI 감염됐는데… 면장이 주민 모아놓고 ‘송년 술파티’

포천의 AI 진원지이자 최근 폐사한 고양이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24시간 비상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면장이 지난해 말 주민 200여 명을 모아놓고 (면체육회 송년 모임 겸) 술 파티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5일 포천시와 영북면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저녁 산정호수 내 S 식당에서 주민 200여 명과 함께 술 파티를 벌였다. 술 파티는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이날 음식값과 술값 등은 면 체육회장과 면 체육회 임원들이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저촉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술 파티에 참석한 한 주민은 “영북면은 AI가 창궐, 민심이 흉흉한데다 24시간 비상체제가 가동된 지역에서 면장이 이처럼 술 파티를 벌이는 것을 보면 공직기강이 해이해도 너무 해이해진 것 같다”며 “지금 김영란 법이 발효돼 공직자들도 모임을 취소하는 판에 아무리 지역 체육회 모임이라도 술 파티에 참석해 함께 즐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B 면장은 지난해 영북면장으로 발령받은 후 “지역이 화합해야 한다”며 면 체육회 결성을 주도하고 이사진도 구성, 기금을 모았으며 자신은 명예 회장으로 앉아 체육회를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도 면장과 면 체육회 임원들이 함께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B 면장은 “오래전부터 기획된 지역 체육회 송년 모임이고 면장이 안 갈 수 없어 참석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AI 전염을 막으려고 낮에는 초소도 돌았다. 다른 지역도 다 송년 모임을 여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공직자는 “그곳은 AI 전염을 막기 위해 모임이나 출입도 통제하고, 지금 모든 공직자들이 긴장 속에 초소 근무에, 방역에, 지쳐 있는데 면장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공직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행동을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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