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에 가겠다며 상담을 요청한 제자의 말이다. 잘 다녀오라고,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오라고 손 한 번 잡아주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더라도 아르바이트와 다르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보는 눈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취업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 겨울방학부터 3학년을 이제 막 마친 학생들을 다그치게 된다.
운 좋은 해에는 졸업생 중에 30% 남짓이 취업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취업을 한 아이들 중에서도 절반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러면 또 ‘취업지도교수’로서 어르고 달래기 시작한다. ‘이직(移職)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고 이상한 선임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것’이라며 구구절절 어설픈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 늘어놓는다. ‘취업지도교수’라고 해도 대학 외에는 취업을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대학들은 앞다투어 인문대학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시대다. 철학과 사학(史學)을 비롯하여 독일어, 불어와 같은 학문은 대학 내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학과로서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고, 국어국문학과 역시 언어문화커뮤니케이션, 문화콘텐츠, 미디어한국문학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학생 하나는 돈은 조금 벌어도 좋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 했다. 시를 쓰고 싶다는 학생은 평화나비며 촛불집회며 열심히 따라다니고 있다. 교사가 되겠다는 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학교 기숙사에서 독하게 공부하고 있다.
패션 잡지 기자가 되겠다던 아이는 명동의 큰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결국 제법 유명한 패션지의 에디터가 되었다. 못난 어른들이 ‘취업률’이라는 엉성한 숫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부끄럽게도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토록 치열하고 세상에 열정적이다.
다시 겨울방학이다. 이제 또 3학년들에게 어디에 취업하겠느냐고 전화라도 해야겠다.
이현희 안양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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