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떼 법’ 지상주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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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전에는 ‘떼’의 뜻을 ‘무리’ 또는 ‘억지’로 풀이하고 있다. ‘떼거리 쓰다’는 ‘억지를 부리다’, ‘생떼를 부리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떼 법’이란 ‘무리를 지어 억지를 부리다’와 ‘법’의 합성어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다중의 힘을 이용, 자기의 주장이나 요구를 관철하려는 현상이 각계각층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수 십 년 간 독재정권에 의해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가 봉쇄당하고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하던 암흑기를 탈출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현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노사 간 첨예한 대립과 불법파업은 끊이질 않고 있고 공사현장은 주변 주민들의 방해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심지어 아이들의 통학로까지 폐쇄하는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추모공원이나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이 그 도를 넘고 있다.

 

‘떼 법’의 대표적인 경우로 4년 넘게 지속한 제주 해군기지건설 반대, 도룡뇽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5년 넘게 끌어온 ‘천성산터널 반대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일부 사회단체가 설치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한·일간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는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존재하고 있으나 법을 경시하고 다수를 무시한 채 소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법을 방관하고 법집행을 포기하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행태는 직무유기다.

 

지금도 추위 속에 생계유지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수 많은 노점상들은 ‘도로교통법위반’이란 죄목으로 관(官)의 단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과연 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선언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헌법 평등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죽하면 헌법 위에 ‘떼 법’, ‘국민정서 법’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생겨났을까?

 

필요할 때는 헌법 정신 운운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서는 법도 상대방도 무시하는 흑백논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아무리 목적이 옳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민주적 절차를 위배하는 초법적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고 자기모순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민주적 처사다.

 

법과 공권력이 바로 서지 않으면 계층 간, 세대 간 불신과 갈등만 가져올 뿐이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난망할 뿐 아니라 외국의 조롱거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맞은 위중한 시점에 초법적 주장에 동조하거나 부추기는 떼거리 정치인들의 각성과 함께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성숙한 국민의식을 승화시켜 정의와 법치가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장기현 한세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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