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고별 연설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치며 감동의 메시지를 남겼다. 퇴임 무렵 오바마의 지지율은 60%대. 정권 말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는 레임덕마저 그를 비켜나갔다. 재임기간 내내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 결과다.
우리나라 현실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것이어서 만감이 교차한다. 지지율 바닥인 탄핵 대상 대통령을 둔 우리네 입장에선 멀고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부럽다 못해 화가 나고 슬프다. 왜 우리 지도자들은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우리도 대통령의 평화로운 퇴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쫓겨날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멋지고 감동적인 퇴임을 그리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인지도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에도 국민들에게 변함없이 존경받는 경우가 많다. 오바마와 함께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2세 등 모두 5명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국민들의 존경 속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미 카터는 재임 때보다 퇴임 후 더 두각을 나타냈다. 인권ㆍ평화 전도사로 불리며 노벨상을 수상, ‘반전 지도자’로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와 클린턴에게 존경받는 정치권의 대부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추리닝 복장에 비닐봉지를 든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 퇴임 후 처음으로 카메라에 포착해 화제였으며, 변함없이 존경받고 있다. 클린턴 역시 재단을 설립해 공익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에이즈 퇴치 운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발전, 재난현장의 구호 등 왕성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퇴임 대통령들은 불행한 일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임 시 비리가 불거져 고초를 겪거나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생존하는 대통령 중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이는 없다. 존경은커녕 퇴임 후 자신의 안전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로 지낸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전망되면서 대선국면으로 성큼 다가선 분위기다. ‘대한민국 새 정치를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각오를 내세우는 대선후보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등의 알맹이 없는 주장과 정치공학적인 세몰이에만 치중하는 모습은 또 어떻게 보일까. 국민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마음은 아닐까.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높은 지지율 속에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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