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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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통령도 외국에서 꿔 와야 해!” 음식점 뒤 좌석에 앉은 손님이 던진 말이다. 정치가 국민을 지치게 한다. 마음이 상한 국민들은 위로를 받고 싶다. 따뜻하고 반듯한 지도자의 진정어린 목소리와 희망찬 메시지를 듣고 싶은 것이다.

 

최근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행한 그간의 연설과 언행에 대한 칭송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국민이 아닌 데에도 진한 감동 속에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들이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처럼 인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위인들이 아닌 데에도 깊은 영적 울림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 전 그간 어느 대통령도 거의 가지 않았던 교도소를 방문해서 남긴 진솔한 소회가 가슴에 다가온다. 당시 6명의 재소자들과 만나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의 재소자들은 내가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실수를 한 젊은이들”이라며 “다른 점은 그들에게는 지원체계가 없었고, 제2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방황했던 시절 체험했던 마약복용까지를 밝히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제2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자는 호소였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섰던 연설의 장은 국민들을 향한 “Yes, We Can”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지지자들의 “4년 더”라는 외침으로 감동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모든 경쟁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패할 때 일지라도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되며, 냉소적으로 변해서도 안 되며, 또한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는 무력증에 빠지지 말 것을 호소했다. 어느 당을 지지했든 누구나 지면 슬프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는 한 팀이며 조국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미국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한 것이다.

 

미쉘 오바마가 힐러리 대통령 후보를 위해 행한 지지연설은 더더욱 훈훈한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흑인 노예들이 지은 백악관에서 매일아침 잠에서 깨어나며 그 앞뜰에서 아름답고 지적인 흑인여성으로 성장하는 두 딸들이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국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가혹한 인종차별을 겪은 이 나라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흑인 대통령이 탄생되었듯이, 남녀차별이라는 천정의 벽을 깨뜨리고 이 땅에서 첫 여성대통령을 탄생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하여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누구든 실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꿈들을 품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가자고 한 것이다.

 

영부인으로서 고별연설에서는, 미국을 다양한 신념과 종교와 인종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빛나는 나라라고 했다. 따라서 이 사회의 어느 누구도 하찮게 여겨져서는 안 되며, 더구나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것은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소중한 권리는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과거 선조들이 헌신 해왔던 것처럼 모두가 각자의 몫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할 때 지켜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바 대통령이 퇴임마당에도 50%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귀향하는 행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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