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가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는 뱁새알을 한두개 없애고 자기 알을 낳고 사라진다. 뱁새는 뻐꾸기가 저지른 야릇한 변화를 감지하고, 알의 색이나 크기 등등 모든 정보를 총동원하여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형편에 놓인다.
뱁새가 고민하는 오류는 두 가지, 뱁새알을 뻐꾸기알로 착각하거나 뻐꾸기알을 뱁새알로 오인하는 것이다. 각각 1, 2종 오류로 널리 알려져 있다. 1종 오류는 옳은 사실을 틀리다고 오판하는 것으로 ‘생산자위험’이라고도 한다.
기업에서 품질을 엄격히 검사하여 양품을 불량품으로 처리하면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2종 오류는 느슨한 품질검사로 불량품을 양품으로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므로 ‘소비자위험’이라고 하는데, 틀린 사실을 옳다고 오판하는 것이다.
돌이켜, 2종 오류를 범한 10~30%의 뱁새도 미련하다고만 볼 수 없다. 애꿎은 자식을 죽일 수도 있는 1종 오류를 최대한 모면하고자한 것이다. 뻐꾸기를 자기희생으로 기르는 것이 종족번식이라는 대의에 부합한다. 자신이 낳은 새끼 중에 가장 튼실한 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공동가치에 충실했으므로 3종 오류는 범하지 않은 셈이다.
의사결정은 쌓여서 문화가 된다. 전락하는 조직일수록 본인의 임무를 ‘지금 모시는 직속상사가 잘되는 것’이라고 멋스럽게 뇌까리는 이가 많다. 뱁새만도 못한 어불성설이다. 조직의 가치와 미션이 어떻게 일개인의 형통과 합치되겠는가. 더불어, 옳은 답을 찾았더라도 시기를 놓쳐 버리는 4종 오류가 있다. 부디 3, 4종 오류가 결합되어 파국으로 치닫는 조직이 없길 바란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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