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세월호 추모 사업 추진 위해 뉴욕 ‘그라운드 제로’ 방문
더 큰 건물 신축 제안도 있었지만 생명 존엄성 담은 작품 조성
신원 미확인 1천여명 희생자 아직도 DNA 검사… 가족 품으로
관계자 “유가족 일일이 설득 추모공간 건립… 서두를 필요 없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천여 일이 훌쩍 지난 지금도 9명의 미수습자가 차가운 바다 속에서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진상 규명은 물론 추모공원 추진과 세월호 인양 등에 대한 일정 등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어 유족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추모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001년 9월 비행기를 이용한 자살테러가 발생했던 미국 뉴욕 9ㆍ11 테러현장을 방문하고서 추모공간 ‘메모리얼 파크’를 돌아봤다.
지난 30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제종길 안산시장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은 메모리얼 파크 관계자를 직접 만나 세부적인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세월호 추모공원 추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3시간 거리로 무려 1만1천80㎞ 떨어진 미국 뉴욕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지난 2001년 9월11일 자살 테러로 화염에 싸이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유가족 11명을 포함, 각 기관 관계자 등 5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추진해온 메모리얼 파크가 건립되기에 이르렀고 이곳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지칭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당시 테러 탓에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추모공원으로 건립됐다.
이날 메모리얼 파크 현장에서 만난 로렌 와이스버그(Lauren Weisberg) 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는 “추모공원 건립에 많은 시간이 걸린 데는 유가족 하나하나를 만나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무역센터 자리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공모했을 때 대부분은 ‘더 크고 더 위대한 건축물을 신축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연속성을 담은 작품’이 선정됐다. 그래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 2곳에는 물이 흐르는 조형물로 구성, 물을 25m가량 지하층으로 흘려보내 순환하며 흐르도록 했고, 주변에는 나무를 심어 연속성과 생명의 가치를 동시에 나타냈다.
메모리얼 파크 운영은 참사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전시한 박물관의 입장권 수익금 등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물이 흐르는 조형물에는 희생자들이 서로 외롭지 않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주변에 배치하는 섬세함도 빼놓지 않았다.
메모리얼 파크 운영진은 희생자 3천여 명이 생일을 맞으면 가족에게 이메일로 알릴 뿐 아니라 희생자 이름 위에 흰색의 꽃을 헌화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11일이면 오전에는 가족만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아직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1천여 명의 희생자에 대한 DNA 검사 등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한편 로렌 와이스버그 매니저는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많은 사람이 찾아와 편하게 있다가 갔으면 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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