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생한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에는 3남1녀 중 막내아들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막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20대 여성이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숨진 철거작업 근로자 J씨(50)의 형(56)은 아직 동생의 사고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3남 1녀 중 막내인 J씨와 이번 설 명절에도 만나 정다운 시간을 보냈고, 며칠 전에도 안부 전화를 주고받았다. J씨는 늘상 형에게 “열심히 돈 벌고 있다. 아무 문제 없다”며 가족을 안심시키곤 했다고 형은 설명했다.
구순에 가까운 노모는 소식을 듣고도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병원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사회 초년생인 J씨의 두 아들도 아직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J씨 형은 “우리 형제는 서로 힘들더라도 다른 형제가 힘들면 자신의 반쪽을 순순히 떼다 줄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면서 “형들에게 살갑던 동생이 갑자기 떠나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냐 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J씨 유족은 사고 당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오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부검을 위해 아직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전해 들은 친척과 지인의 발길이 이따금 이어졌다.
또다른 희생자인 두피관리실 직원 K씨(27ㆍ여)의 부모도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K씨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취업한 누구보다 효심이 가득한 딸이었다.
두피관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K씨는 수년째 관리실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실히 일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관리실을 내 운영하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런 K씨는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먼저 시집간 여동생과 대학생인 남동생에게 모범적인 언니이자 누나였다.
K씨의 아버지(57ㆍ자영업)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 보니 스무 살 나이에 취업해서 스스로 돈을 벌었다”며 “아빠, 엄마가 잘살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이어 “매사에 긍정적이고 정말 착해서,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며 “또 자기 조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몰랐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 건물 3층 옛 뽀로로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철거작업 중 불이 나 J씨 등 남녀 4명이 숨졌다. 현재 동탄과 수원, 오산 등 3개 병원에 분산된 4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국과수 부검이 끝나면 모두 동탄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될 예정이다.
정민훈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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