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제10차 개헌과 제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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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여야 원내 대표가 국회개헌특위를 설치 합의함에 따라 1986년 이후 30여 년 만에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개헌을 찬성하고 있으며,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의원 다수도 개헌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헌 찬성론자들 사이 유일하게 일치되는 견해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다. 그 외 개헌 시기에서부터 주체, 구체적으로 헌법 각론의 전문과 총강(總綱)에서부터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 개정의 제10장에 이르는 각론에까지 각계각층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회는 그동안 통치권자와 입법권자 중심의 개헌논의에서 벗어나 개헌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는 상향식 개헌을 실천하고자 개헌 국민자문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적 중대사인 개헌 특위 자문위원에 참여하게 됐다. 국민자문위원단은 기본권 및 총강, 입법부·행정부, 정당·선거제도, 경제·재정분야, 지방분권, 사법부(법원·헌법재판소) 등 6분야로 나뉘어 개헌 특위와 함께 6월 30일까지 활동할 것이다.

 

개헌 특위는 지난 2월 3일 헌정 사상 최초로 민간자문위원과 특위 위원들이 함께하는 합동회의를 장시간 동안 개최했다. 자문위원들은 회의를 통해 각계각층의 여망을 담은 개헌 논의를 열성적으로 펼쳤다.

 

개헌 논의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개헌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보다는 개헌의 진로에 대한 우려에 사로잡혔다. 첫 번째 이유는 개헌에 관해 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종합하면 거의 모든 것을 충족시킬 정도의 완벽한 개헌이 아니면 합의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낳은 현행 헌법을 하루빨리 폐기처분하고 정치적 유불리가 계산된 개헌안을 내밀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헌법의 문제점만 지나치게 내세운 나머지 앞으로 몇 년 또는 몇십 년 동안 지속될 지도 모르는 국가의 최상위법인 헌법을 서둘러 개헌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정된 1948년은 20세기 중반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근대 국가로의 이행기에 새로운 통치 기구가 필요했고, 이후 6·25전쟁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 헌법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9차에 걸쳐 개정됐다. 현재 우리는 제10차 헌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국가가 중상주의적 관점으로 산업과 무역을 장려하고 통제하던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시대다.

 

현재 개헌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일부 조항 중 상당수는 국회 입법활동으로 보완할 수 있다. 설사 개헌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후 이행입법이라는 세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완벽을 바란 나머지 헌법에 너무 지나치게 세부조항에 집착할 경우 오히려 헌법이 국가와 국민을 구속하는 기제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또다시 개헌 후 ‘반헌법적’ 또는 ‘초헌법적’ 발상들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제10차 개헌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종식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정되는 헌법은 제4차 산업혁명, 통일 준비 등 장기적인 비전을 담아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지엽적인 부분에 몰입하여 개헌을 위한 개헌을 한다면 호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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