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본의 대미 안보외교와 센카쿠 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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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대통령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를 만나는 데 이어 지난 10일부터 아시아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회담한 아베 일본총리.

 

트럼프가 일본이 공들였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를 무산시키고 일본의 무역흑자를 비난하는데도 싫은 소리 한번 않고 70억 달러 투자 보따리를 들고 미국을 찾아간 아베총리. 이렇게 아베가 트럼프를 만나 챙기려 했던 것은 안보였다.

 

안보와 경제를 맞바꿨다는 미일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일 안전보장조약 5조(무력충돌 때 자동개입)의 대상에 센카쿠 열도가 해당한다는데 합의했다. 즉 중국이 센카쿠를 군사 공격하면 미국도 자동으로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일 안전보장조약 5조의 대상지역에 센카쿠를 처음 포함시킨 것은 3년 전인 2014년 미국 오바마 정부 때였다.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문제가 무력충돌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분쟁화 되자, 국가안보를 미일 동맹에 의존하는 일본이 미국을 설득해 센카쿠 방위공약을 받아냈던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미국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무시하는 말들을 쏟아내자 초조해진 일본은 트럼프 신정부로부터 같은 공약을 확인받는 것이 절실했고, 그래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지난 3일 매티스 신임 미 국방장관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미국의 방위의무는 센카쿠에도 적용된다고 약속했다. 그래도 미덥지 못한 일본은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센카쿠 방위 공약을 재확인받은 것이다.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에 8개 무인도와 암초로 이루어진 열도. 이 센카쿠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2010년대 들어 공세적인 해상활동으로 현상변경을 시도하면서 일본은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일본은 1895년 1월 14일 센카쿠가 주인 없는 땅임을 확인했다면서 오키나와현에 정식 편입했고, 2차 대전 후 오키나와현은 오랫동안 미국의 시정권 하에 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다. 그래서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1895년 청일전쟁 와중에 일본제국이 강제로 일본에 편입했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1969년 센카쿠 부근에 대규모의 석유·가스 매장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은 영유권 주장을 점차 강화해왔다. 중국은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도전자로서 90년대 중반부터 센카쿠 주변에서 영해침범 등 해양활동을 시도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의 분쟁지역화를 막기 위해 조용한 외교로 대응했다. 그러나 일본 우익세력들은 센카쿠에 상륙해 영토선언을 하고 조형물을 설치하곤 했다. 이에 중국이 더 강하게 대응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특히 대표적 우익정치인 이시하라 동경도지사가 2011년 4월 센카쿠를 민간소유자로부터 매입하여 각종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일본 정부가 상황통제를 위해 그해 11월 국유화를 단행했으나,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센카쿠 해역에서 중국 공선(公船)의 활동은 국유화 이전에 연간 0.3건이던 것이 그 이후에는 연간 3~5건으로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안정적으로 보유·관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미국의 방위공약에 더욱 의존하게 된 것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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