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는 없다…신갈야간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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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려면 운전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수원을 가려고 해도

시장에 가려고 해도

혼자서는 버스를 타기가 힘들었습니다

학교에 오니 좋습니다

아직 글씨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제 많이 읽습니다

버스도 혼자 탑니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탈 수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이 읽겠습니다’ (졸업생 김미순씨의 시)

집도 나라도 어려웠던 어린시절 먹고 살 걱정에 공부를 포기했던 70~80대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운다. 버스를 혼자 타려고, 손주녀석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고 싶어서, 한글을 모르는 설움이 싫어서…, 한글을 배우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만학의 꿈을 이루는 이들을 지원하는 신갈야간학교(교장 윤명호)가 지난 17일 35번째 졸업식을 맞았다.

 

이날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졸업식에는 25명의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이 학사모를 쓰고 각각 초중고등과정의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김민기 국회의원(더민주), 최종선 용인교육장, 조남숙 용인시 평생교육원장, 박상섭 용인시 기흥구청장을 비롯해 가족과 친구, 신갈야학 선후배 등 100여 명이 이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졸업생 중 조금란 학생과 조송화 학생은 각각 용인시장 표창과 경기도교육감 표창을 받았고, 김영자 학생은 김민기 의원 표창을 받았다. 또 김경숙·이안자 학생은 신갈야간학교장 표창을 수상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신갈야간학교 1기 교사로 활동해오다 교장을 역임하고 있는 윤명호 교장과 23명의 교사들이 어르신들의 소중한 꿈을 지켜주고 있다. 지난 2012년 학력인증 기관으로 인정되면서 이곳에서 초등학력을 인정받은 어르신만 올해까지 모두 68명에 달한다.

 

수업과목과 시간도 단순히 한글 깨치기 수준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왔다. 지역사회 요구에 따라 수업을 오전ㆍ오후반으로 확대해 컴퓨터, 영어, 수학반 등을 추가했다. 지난 2007년엔 지역 내 증가하는 이주여성을 위해 외국인 한글반도 만들었다.

 

윤명호 교장은 “개교 35년이 지난 현재는 기존의 검정고시와 한글학교 이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법 등을 교육,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신갈야간학교가 교육기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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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강한수ㆍ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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