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는 사회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의(正義)는 진리에 맞는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이며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의미한다. 이처럼 정의는 사회구성원 간의 관계성, 즉 사회성을 지닌다. 더구나 사회정의라는 개념에서는 정의의 사회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촛불과 태극기처럼 본인들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정의믿음’은 정의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슴도치)정의론의 저자 로널드 드워킨은 도덕적 판단의 독립성과 가치들의 해석적 특징 그리고 가치들의 통합성을 통해 사회정의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도덕적 진리란 해석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지닌 사회적 실천 속에서 형성된다. 즉 자유나 평등 등의 가치(도덕적 판단)는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 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해석되어 타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자기존중과 진정성(자유)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동등한 배려와 인정(평등)이 존재할 때 가치들의 통합성이 만들어진다. 이때 사회정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럼 드워킨의 정의론에 입각해서 촛불과 태극기를 들여다보자! 과연 두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상대 집회 참가자들을 얼마나 인정하고, 배려하고 있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는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그것은 단지 나만의 확고한 ‘정의믿음’에서 출발된 정의를 빙자한 독선이다! 상대편도 우리 사회발전을 위한 진정성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상호 배려와 인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갈등은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나만이 옳고 나의 주장만이 정당하다는 자기존중에 대한 집착에서 집단 간의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야기된다. 촛불이든 태극기든지 자신만이 정의롭다는 ‘정의믿음’이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간다. 안타깝다!
지난해 본지에 게재한 칼럼 ‘시대정신의 사회성과 개인성’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에 절실한 시대정신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가치의 회복을 꼽았다. 사회통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타자에 대한 인정과 배려이다.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와 존중이 형성되고 이런 과정에서 사회정의 역시 구현될 수 있다. 드워킨의 주장처럼 사회정의는 나의 가치와 너의 가치 그리고 그를 연결해주는 가치의 통합성에서 구현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촛불과 태극기처럼 자기만의 ‘정의믿음’에서 나오는 가짜정의(fake justice)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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