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곰돌이와 공정한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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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곰돌이’로 불리는 곰인형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서양에서는 테디베어(Teddy Bear)로 부르는데, 테디는 미국 26대 대통령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의 애칭이다. 10월 27일을 테디베어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도 하는데 이 날은 루즈벨트의 생일이기도 하다.

 

루즈벨트는 사냥과 운동을 즐겼다. 어느 사냥터에서 몰이꾼들이 다잡은 새끼 흑곰을 나무에 묶어 두고 루즈벨트에게 총을 쏘라고 제안한다. 그는 꼼짝 못하는 곰을 쏘는 것은 스포츠맨십이 아니라고 거절한다. 이 일화가 유명세를 타면서 뉴욕의 한 장난감 가게에서 곰인형에 테디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대통령의 페어플레이정신과 곰인형의 우직한 이미지가 어우러져 테디베어는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그의 정치적 신념 또한 ‘모든 인간에 대한 공정한 대우(square deal)’였는데, 도금시대(Gilded Age)로 일컫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신이었다. 석유의 록펠러, 철강의 카네기, 금융의 모건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대부호들이 산업발전을 이끌고 있었지만, 겉만 번지르르했고 정경유착의 병폐와 빈부격차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그의 개혁과정은 지금의 사회상과 묘하게 교차되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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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혐의로 기소되었던 록펠러는 소환장을 안 받으려고 미대륙을 돌며 1년 가까이 도망 다녔다. 첫 손자가 태어났는 데도 함께하지 못했다. 법정에 출두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로 일관했다.

결국 그의 독점체제는 30여개의 회사로 해체된다. 루즈벨트의 공정한 대우는 독점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도 적용되었다. 숙련공으로 구성된 노동총연맹이 미숙련 노동자의 채용을 막는 정치적 로비를 일삼자, 그는 이를 강력히 저지했다.

 

루즈벨트는 부자나 빈자의 편이 아니라 올바른 편이길 바랬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행운이 따랐다. 노동착취를 줄여 중산층이 탄탄하게 형성되었을 뿐더러 대부호들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도서관, 병원을 짓는 등 기부에 경쟁적으로 나섰고, 독점의 빈 자리는 포드와 같은 젊은 실업가들이 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썩어 가는 부위를 도려내어 새살이 돋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선진국 진입의 목전에서, 산업육성 못지않은 ‘공정한 대우’의 저력을 우리도 되새겨 볼 때이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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