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조양반셔’와 문화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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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반셔(造洋飯書)>는 1899년(광무3년) 언더우드가 번역한 서양 요리책이다. 언더우드는 선교사로 1885년 조선에 들어와 제중원의 교사, 경신학교와 연희전문학교 설립 등 교육 사업에도 헌신하였다. 한편 1890년 <한영자전>과 <한영문법>을 간행하여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에도 기여하였고 1899년에는 요리서인 <조양반셔>를 번역하였다.

 

<조양반셔>는 원래 중국 선교사의 부인이었던 크로포드 부인이 편역하여 1866년 상해의 미화서관에서 신식활자로 간행한 중국어판 <造洋飯書>를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표지에는 ‘조양반셔’라는 서명과 ‘원두우 저술’이라는 저자명이 있고 이어 본문 뒤에 있는 영문 표제지에는 ‘FOREIGN COOKERY IN KOREAN’이라는 영문 서명이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서강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 중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소장고서 해제(안대현 교수 해제)를 도서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한글박물관에서는 원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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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어 역사의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지만 서양 음식을 수용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총 271개 서양 요리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서양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음식 재료나 음식의 이름 등이 나온다. ‘카피’나 ‘차콜레잇트’, ‘쏘쎄쥐’ 등 당시에는 매우 생소했을 것이나 불과 백년이 지난 지금 ‘커피’나 ‘초콜릿’, ‘소시지’는 이제 매일 마시고 먹을 수 있는 익숙한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를 찬찬히 돌아보면 다른 나라의 음식을 쉽게 수용하고 열광하는 것만큼 다른 문화나 인종에도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렵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늘 뉴스거리가 된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조선족이나 북한이탈주민조차도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밥상이 식탁으로 바뀌고 숭늉이 커피로 바뀌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경계하고 닫혀있는 그 상태인 것은 아닐까. 이제는 좀 여유롭게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성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현희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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