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대표 진보인사로 분류되고, 이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그이지만, 한 세대를 앞서 살아왔던 어른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또 통합의 논리에 대해서도 “얼굴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틀로 살 수 있냐”며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다. 무엇을 의미하나.
A. 아주 오랫동안 박정희 시대부터의 썩은 분단이 낳은 체제의 규범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Q. 새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국민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끊임없다.
A.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과는 다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이라는 것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늘 갈등은 존재해 왔다. 갈등요소가 있다면 조정해 가면서 사는 것이다. 막연하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헛소리, 구호일 뿐이다.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나. 조화를 이루어 간다는 것이지 하나로 통일되자는 것은 전체주의다. 하나 된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없다. 그런 발언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나와 너의 얼굴이 다른데 어떻게 하나가 되겠나. 서로 다른 얼굴이 만나서 이루는 것이 사회라는 것인데 사회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틀에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Q. 조기 대선도 준비해야 한다.
A. 이전의 정치행태와는 달라야 한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헌법 개정에 대한 부분도 우선 이 정부를 마감하는 체제를 만들어 놓고, 다음 정부가 구성되면 고쳐야 한다. 헌법 개정이라는 것이 내일모레처럼 손을 꼽듯이, 주먹을 쥐듯이 바로 그렇게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새 체제를 만들어 놓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헌법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경기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A. 앞으로 지자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중앙정부에 예속될 것이 아니라 분산시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산을 비롯해 정책 등 모든 것이 중앙으로부터 내려왔다. 앞으로는 헌법이나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법을 고쳐 지방정부가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국민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A.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이렇게 나라를 파국과 파탄에 처하게 한 것은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면에는 이 문제를 이겨낸 시민들, 국민의 놀라운 명예혁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역사적 사건 중 하나다. 우리는 굴욕과 영광을 동시에 체험한 이번의 일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해야 한다. 나는 이 문제가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을 뽑은 사람은 국민이다. 국민에게 무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정치인에게만 있는 책임이 아니다. 내 한 표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역사를 좌우하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국민도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이 가진 투표권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제부터 서서히 깨닫는 것 같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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