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고 지도하지만 편식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한번 길든 식성은 잘 고쳐지지 않기 마련이다. 어른이 돼서도 특정 음식 또는 식재료는 아예 입에도 안 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요즘 공연, 예술 등 문화 소비 행태를 음식에 비유할 때 우리 사회는 문화 편식에 빠진 것 같다. 특정 장르에만 관객이 몰리고 나머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장르는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16일 공개한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공연예술 티켓 판매액(2015년 기준)은 3천633억 원으로 전년(2천894억 원)보다 25.5% 증가했는데, 장르별 티켓 판매액을 보면 뮤지컬이 1천975억 원으로 전체 티켓 판매액의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연극이 729억 원(20.1%), 양악 321억 원(8.8%), 복합 99억 원(2.7%), 국악 90억 원(2.5%), 무용 70억 원(1.9%), 오페라 63억 원(1.7%) 순이었다.
또 공연예술 매출 가운데 티켓판매 수입(3천633억 원)이 46%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전시·교육 등 공연 외 수입(1천182억 원), 공연단체 작품 판매 수입 및 공연 출연료(1천116억 원), 공연장 대관 수입(1천81억 원)에 그쳤다.
공연계에 뮤지컬 장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돌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해외 대작을 직수입 기획하는 뮤지컬인 만큼 고가의 티켓가격에도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우리나라 공연 풍토 탓에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술적 가치는 뛰어나지만, 상업성이 떨어지는 장르의 작품은 살아남을 수 없고,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특히 국악 등 전통문화 분야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인기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국악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관객들에게 더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 전통무용 등 전통음악은 계승 발전하기보다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관객들이 문화 편식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문화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왜곡된 대중의 문화 입맛을 건강하게 되돌릴 수 있도록 문화관련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상업성이 강한 민간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이 나서야 한다. 지역 문화재단의 여러가지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이 소외된 문화 장르 분야가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문화 균형을 맞추는 일일 것이다.
개인들도 우리 주변에 있는 접하지 않았던 문화 장르에 대해 관심을 둬보자.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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