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공사 하도급사 부도로 임금 6개월 체불
안전장치인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 확인 소홀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둘러싸고 10여곳의 하청업체가 하수급사의 부도로 수억 원대의 임금을 받지 못해 반발(본보 3월14일자 1면)하고 있는 가운데 발주처인 국방부와 원도급사인(주)포스코건설이 하수급사에 대한 법적 의무와 책임 불이행 등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사를 맡긴 하수급사가 파산 등의 위기를 맞을 경우 장비 등을 대여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는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의 미발급 사실을 알면서도 국방부와 (주)포스코건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16일 국방부와 전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수급사의 경우 건설기계 대여업자(하청업 근로자)와 장비대여 계약을 체결할 때,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계약 금액이 200만 원 이하의 소규모이거나 발주처가 대금을 직접 지불하기로 한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는 하수급사의 파산 등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건설기계 대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만약 하수급사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이 대신 체불된 대금을 지불해주기 때문이다. 또 동법 개정안에 따라 발주처인 국방부는 하수급사의 보증서 발급사실을 확인토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발주처가 이를 어겼을 경우, 해당 공무원은 징계처분 되는 등의 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 하수급사인 합덕토건(지난해 10월 부도처리)은 이런 법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계약 당시 하청업자들에게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았지만 국방부와 (주)포스코건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동법 개정안에 따라 보증서 발급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누락해 담당자 징계 등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포스코건설은 구두와 지난해 7월29일 내용 증명 발송 등으로 보증서 발급을 독려하는 데 그쳤다.
결국 (주)포스코건설은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은 합덕토건과의 계약을 파기, 추가 대금 체불을 막을 수 있었으나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하청업체들의 피해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주)포스코건설의 미온적 태도로 그해 5월부터 받지 못한 대금이 두달 치에서 여섯달 치로 늘어나게 됐다.
해당 공사에 덤프트럭, 굴착기 등을 대여한 하청업체 A씨는 “보통 하도급사와 계약할 때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서를 받곤 했지만, 이번에는 교부 요구에도 끝내 받지 못했고 원청업체도 하수급사와의 계약 파기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5월부터 밀린 여섯달치 대금 1천80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현장 담당자에게 보증서 교부 확인 여부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이번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주)포스코건설측은 “내용 증명 등을 비롯해 합덕토건에 여러 차례 보증서 발급을 요구했지만, 합덕토건이 끝내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라며 “미연에 방지하도록 나름대로 모든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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