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가격 오름세 이유들어 판매가 15%↑
치킨프랜차이즈 등 ‘물가안정’ 협조 대조적
이마트 “가격상승 요인 자체 흡수 어렵다”
국내 대표적 대형할인매장인 이마트가 나홀로 닭고기 가격 인상을 전격 단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인상을 억제한 BBQ치킨은 물론 심지어 소비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값을 내린 또봉이통닭과는 대조적이다. 또 동종업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아직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이마트는 최근 AI 여파로 상승한 육계 시세를 반영한다며 매장에서 판매하는 닭고기 가격을 15%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이날부터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147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백숙용 생닭(1㎏) 가격을 5천180원에서 5천980원으로 800원 인상했다.
이마트의 닭고기 가격 인상은 지난달 9일 이후 40여 일 만이다. 또 이마트는 이날부터 계란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가격을 6천680원에서 6천880원으로 3%가량 올렸다.
AI로 산지 닭고기 출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한데다 현재 산지 생계 시세가 1㎏당 2천190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당 1천890원) 보다 15%가량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소비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전국 1천45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BBQ치킨은 AI에 따른 인상 요인을 둘어 이달 20일부터 치킨 가격을 약 12.5% 인상하려다가 결국 그만 두었다.
인상을 자제하는 정부의 직간접 압박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밥상 물가 부담을 우려,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을 오히려 내린 업체도 있다. 전국에 516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또봉이통닭은 지난 20일부터 한 달간 전국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5% 안팎으로 인하했다.
또봉이통닭 관계자는 “서민물가 안정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연간 계약을 통해 닭고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최근 AI로 인한 닭고깃값 상승은 치킨 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 고통분담에 동참하는 일부 치킨 업계와는 달리, 나홀로 가격인상에 나선 이마트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평도 뒤따르고 있다. 주부 P씨(54ㆍ여)는 “최근 채소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가격이 올랐는데, 닭고기까지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면서 “대기업이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마트 관계자는 “육계 시세가 지난해보다 많이 올랐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서 한 달 이상 판매가격 인상을 자제했다”며 “유통업체에서 가격 상승 요인을 자체 흡수하기가 어려워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동종 업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이날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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