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는 ‘눈먼 돈’… 인천지역 일부 군·구의회 의장 등 공휴일에도 마구잡이 사용

인천지역 일부 군·구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이 관련규정까지 어겨가며 공휴일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인천지역 각 군·구의회에 따르면 의장을 비롯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들에게 공적인 업무집행을 위해 법인카드를 지급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의장이 쓸 수 있는 한도는 연간 2천520만 원이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이 각각 1천320만 원과 960만 원이다.

 

법인카드 지출 시에는 행정자치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과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해당 지침에는 밤 11시 이후 심야시간대 뿐 만 아니라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사용해서도 안 된다.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일부 군·구의회 의원들이 업무와 관계없는 공휴일에도 마구잡이로 카드를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각 군·구 의회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A지자체 의회 의장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동안 주말과 공휴일에만 총 15차례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그는 모든 공휴일 지출내역에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간담회 비용’으로만 기재했을 뿐 세부내역이나 설명은 누락했다.

 

같은 지자체 한 상임위원장도 총 107건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35건이 공휴일에 사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 번 중 한번 꼴로 공휴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셈이다.

 

특히, 해당 상임위원장은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추석과 설 연휴기간에도 각각 3차례씩 법인카드로 음식점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의회 의장 또한 공휴일에만 14차례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그는 공휴일인 지난달 25일에는 하루 동안 3차례나 법인카드를 사용했으며, 관할 근무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기도 지역에서도 4차례나 이용했다.

 

법인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공휴일 수십여 차례 법인카드를 사용했던 한 구의회 의원은 “법인카드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필요할 때 쓰는 것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취지”라며 “의원들은 오히려 토·일요일에 더 행사가 많고 지역주민이나 공무원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의회사무국은 현실적으로 공휴일 사용을 통제하기가 어렵단 입장이다.

한 지자체 의회 관계자는 “의회사무국에서 법인카드를 보관하고 있다가 의원 분들이 사용할 때마다 다시 주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공휴일에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영수·김준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