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관계는 판도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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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미ㆍ중 정상회담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 리조트인 마라라고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현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2개국(G-2)의 첫 회담인 만큼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이란 저서에서 중국에 대해 ‘두 얼굴’을 가진 나라로서 “국내적으로 자유를 제한하고 세계경제를 조작한다”고 믿고 있으며 또한 “미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데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화폐가치를 낮추는 방법 등으로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우위에 있는 것을 활용하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2015년 총 무역적자 7천371억 달러의 절반인 3천657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니 속이 편할 까닭이 없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지난 2013년 3월 공식 취임연설을 통해 “중국 부활의 꿈”을 달성하고,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강대국으로 재건”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개최되는 금번 정상회담이 향후 미ㆍ중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필자가 2015년 가을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imer) 시카고 대학교수로부터 미ㆍ중 관계 전망을 청취한 기억이 떠오른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역사적으로 신흥강대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한 경우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의 부상도 미국과의 긴장, 경쟁 관계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부상은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자신의 세력권을 확보하는 노력으로 연결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거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임스 먼로(James Monroe) 대통령은 1823년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중남미 지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간섭을 반대하는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외교정책으로 천명한 적이 있다. 자기 세력권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존 세력을 퇴출시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신ㆍ구 강대국 간에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그런 지역의 하나로 한반도가 거론된다. 우리의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미ㆍ중 관계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 키신저 박사처럼 미ㆍ중간 긴장, 갈등 관계를 ‘필연이 아닌 선택’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미ㆍ중간 협력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미어샤이머 교수, 미국 노트르 댐 대학의 세바스티안 로사토(Sebastian Rosato) 정치학 교수와 마틴 쟈크(Martin Jacques)와 같은 학자들은 미ㆍ중 관계가 국제관계의 불안정한 속성과 상대국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미ㆍ중 관계라는 판도라 상자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한반도 미래에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미ㆍ중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상일 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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