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00세 이상 3천305명… 73.2%는 거주불명
수원 화서1동엔 150세 전후 여러명 서류상 ‘생존’
명확한 증거 없으면 사망 처리 못해… 관리 구멍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은 주민등록상으로 보면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한 ‘장수마을’(?)이다.
최연장자는 무려 1865년생, 우리 나이로 올해 153세다. 1868년생, 1869년생 등 150세 전후의 초고령자들도 있다. 이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던 1909년 10월26일 태어난 어르신을 비롯해 1900~1910년대생 8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명만이 거주가 확인됐을 뿐, 모두 ‘거주불명자’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주민등록에 남아 5월 열리는 ‘장미 대선’에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인구 통계에도 빠짐없이 잡히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백세 인생’ 시대에 정작 100세 이상 고령자 주민등록 관리에는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주민등록상 살아 있는 100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7명은 생사가 불확실한 ‘거주 불명자’로 확인된 것이다. 더구나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음대로 사망 처리도 할 수 없는 까닭에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3일 행정자치부 및 경기도, 기초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민등록상 기준 경기도 내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305명에 달하지만, 이중 2천420명(73.2%)은 거주불명자로 등록돼 있다. 지역별로는 성남시에서 고령자 400명 중 314명(78.2%)이 거주불명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원시(179명), 고양시(164명), 평택시(162명), 의정부시(15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1만 7천562명 가운데 1만 3천40명(74.2%)은 거주불명자였다. 경기도는 서울(5천475명 중 4천720명) 다음으로 거주불명자가 많았다. 부산(1천585명 중 1천365명), 인천(754명 중 538명), 충남(738명 중 484명) 등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렇게 거주불명 처리된 고령자 상당수는 1900년대 초반생이지만, 구한말(1897년~1910년) 이전인 1800년대생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망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사망자로 처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일선 지자체들은 주민등록 실태조사를 비롯해 투표 등에 있어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거주불명으로 인해 주민등록 통계 인구와 실제 인구가 다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국가 정책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통계마저 오류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자체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올해 1~3월 대대적인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진행했다”면서 “건강보험 등 행정서비스를 이용한 실적이 없는 거주불명자는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주민등록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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