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못 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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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천103일 만에 단원고 한 학생의 유품이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물에 젖은 만 원짜리 5장, 학생증, 카드 등.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남은 자들도 남겨진 한(餘恨)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억울한 영혼들의 메시지를 우린 잘 들은 것일까?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여객운송시스템을 정비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고?

 

지구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상상해보자. 다만 아프리카인지 남극인지 모를 어딘 가에 가느다란 바늘 하나가 꽂혀 있다. 어딘지 모를 하늘, 비행기를 타고 가던 사람이 가느다란 명주실 하나를 떨어뜨린다. 살랑살랑 그 실이 내려와 하나밖에 없는 작은 바늘귀에 딱 꽂힐 확률! 학생들 하나하나가 세상에 태어날 확률이다. 피노키오는 인형에서 인간이 되었지만 인형도 인간도 아니다.

 

인형은 셀 수 없이 많다. 인간도 70억이 넘는다. 하지만 유품이 발견된 백승현군처럼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하나뿐이다. 기적의 존재, 단 한번 태어나, 단 한번 살고, 단 한번 죽는 절대적 일회성의 ‘나’들이다.

 

희생된 아이들이 남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의 학교에는 연습도 없고 복습도 없다.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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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이니 사고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죽음은 대상에 무관심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질문이 하나 있다. 적어도 그 사건 이전까지 학생들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예기치 못했던 그때, 짧은 인생을 행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교육을 선물했던가?

 

소위 대통령 후보라는 이들의 교육공약을 보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단순하게 가고, 가계지출 덜어주고, 평등한 교육시스템 만들고, 시대의 변화에 맞춘 인재양성 하고! 다 좋은 말인데, 비슷한 말 안한 대통령 없고, 비슷하게 끝나지 않은 대통령도 없다.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방향은, 가치에 대한 사유를 포함한 행복교육이다. 짧든 길든, 아이들의 삶을 행복으로 가꾸어주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되고 싶어 안달인 건 이해하지만, 완전한 교육정책은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고민의 흔적이나마 보고 싶다는 말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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